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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승민이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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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승민이 사는 길

입력
2017.04.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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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여성신문 및 범여성계 연대기구 주최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서 서약서에 서명한 뒤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여성신문 및 범여성계 연대기구 주최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서 서약서에 서명한 뒤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해박한 지식과 논리로 무장한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대선 TV토론에서는 그의 장점이 부각돼 호평을 받았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았고, TV토론 흥행을 주도한 후보로 꼽혔다. 철 지난 ‘주적’ 공세 등 색깔론 제기 비판도 받지만 과감한 경제 개혁 주장으로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를 강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지난 1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한 번도 5%벽을 넘지 못했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보다 낮은 수치다.

▦ 유승민은 이중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극우 보수층은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었고, 진보진영은 ‘박근혜 부역자’라는 꼬리표를 달아 두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TK에서도 야권 후보에게조차 밀릴 만큼 이 지역에서의 배신자 정서는 특히 강하다. 표 공략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극단적 보수층과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그룹 사이에 끼어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 바른정당이 24일 의원총회에서 3자 단일화 추진을 결정한 것은 유 후보에게 사퇴를 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겉으로는 ‘반(反) 문재인 집권’을 표방하지만, 실은 대선 이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이 짙다. 보수 후보가 참패했을 경우 단일화론에 따르지 않은 바른정당에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피하려는 꼼수다. 친박계를 패권세력으로 규정하고 ‘개혁보수’를 내세우며 새누리당에서 탈당했던 창당 정신이 허울에 불과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 유승민의 정치 목표는 ‘제대로 된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성에 젖어 있고 오만과 무능에 빠져 있는 보수가 혁명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자서전<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유 후보의 지지율 정체는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 차별화된 노선과 정책을 보여 주지 못한 바른정당의 책임도 크다. 애초에 박근혜라는 난파선에서 탈출이 급했던 바른정당 의원들은 유승민이 버티면 다시 당을 빠져나갈 궁리를 할 것이다. 그러나 유승민은 끝까지 남아 건강한 보수, 따뜻한 보수의 기치를 들어 올려야 한다. 아름답게 패배하면 그의 바람대로 국민이 언젠가 진정성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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