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운동원들은 출ㆍ퇴근 시간 지하철역이나 거리에서 마주치는 유권자들에게 ‘기호1번’이나 ‘문재인’을 외치는 대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수고하셨습니다”는 인사를 건넨다. 문 후보가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감성 유세전’의 한 장면이다.
문재인 캠프는 감성과 이성의 투트랙으로 유권자들에 접근한다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후보와 관련해서는 이성적인 면을 최대한 부각시켜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면서 선대위는 감성에 호소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사한다는 것이다. 문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선거 운동원들의 인사 구호뿐 아니라 홍보물, TV광고 등은 최대한 감성적으로 접근하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전했다.
23일 공개된 문 후보의 TV찬조연설 1번 타자로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씨를 섭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8대 대선에서는 ‘보수주의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첫 찬조연설로 나서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지만, 민씨는 워킹맘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여성 표심에 호소했다. 이후 찬조연설에서도 유명인이나 정치권 인사 대신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일반인들을 내세울 계획이다.
반대로 문 후보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자세를 유지하는데 중점을 뒀다. 대선 후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뢰감이란 판단에서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단 한번도 파란색의 당 점퍼를 입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다른 후보들이 색색의 당 점퍼를 입고 누비는 것과 달리 문 후보는 늘 감청색 계열의 양복과 넥타이, 그리고 견고하게 고정한 머리 스타일을 고수했다. 또 정책으로 승부하는 ‘포지티브 선거’라는 기조 아래 유세현장이나 TV토론 등에서도 톡톡 튀는 발언으로 이목을 끌기보다는 준비된 발언을 소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전병헌 전략기획본부장은 “당장 내일 집권해도 불안하지 않은 안정감 있는 후보로 문 후보를 국민이 인식하게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