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현상 유지 용납 못 해
눈 감았던 문제 해결할 때”
“안보리, 추가 제재 준비해야”
회원국 대사들과 백악관 오찬
상원의원 전원 이례적 초청
틸러슨 등 외교안보 수장들 나서
북핵 위협 수준과 새 정책 설명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사상 초유의 ‘전 지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전방위 외교 노력과 내부 여론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정권이 인민군 창건 기념일인 25일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위기가 한 고비를 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군사적 대응과 더불어 외교적 대북 압박 강도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정부가 이처럼 대북 압박 수위를 연일 끌어올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북한 핵능력의 빠른 발전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중국, 일본 정상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통화해 북한 핵ㆍ미사일 저지 방안을 논의하더니, 이날 점심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북 제재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 대사들과의 오찬에서 “북한에 대한 현상유지는 용납할 수 없으며, 안보리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추가적이고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핵은 실질적 위협이고 전세계의 최대 문제이며, 우리가 결국엔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사람들이 지난 수십 년간 (이 문제에) 눈감아 왔는데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발언이 일회성 경고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마크 토너 대변인 대행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28일 유엔에서 안보리 장관급 대책회의를 주재키로 했으며, 이는 북한의 지속적 도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계속 시도한다면 상황을 중대하게 바꾸는 계기 즉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얻기 위한 설득작업도 이뤄진다. 트럼프 정부는 26일 상원의원 100명 전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 수준과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을 설명한다. 비슷한 행사 대부분이 의회에서 열린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브리핑에는 틸러슨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외교ㆍ안보 당국 수장들이 모두 나선다.
한편 이날 NYT는 북한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스탠퍼드대 교수 등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는 전문가 연구와 기밀정보 보고서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북한이 6~7주일마다 핵폭탄 1기를 만들 수 있고,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에는 핵탄두 보유량이 50기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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