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결선에 진출한 극우 정당 국민전선(FN) 후보 마린 르펜이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당 대표직을 사임했다.
영국 BBC방송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르펜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공영방송인 프랑스2에 출연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르펜은 “프랑스 대통령이라면 모든 프랑스인의 대통령이자 모든 프랑스인을 아우르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르펜은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을 2011년부터 이끌다가 유럽 난민사태 속에 고조된 반기득권, 반난민 정서에 힘입어 세를 확장했다. 그는 이 방송에서 “나는 더는 FN 당수가 아니다”며 “나는 당론에 구애를 받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 나나 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시스템이 우리를 영구적으로 희화화하려 하는 데 우리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한다. 국민 없이, 국민에 반해 행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펜의 이 같은 발언은 전체주의, 국수주의, 인종주의를 옹호한다는 등 극우정당을 향한 대중의 반감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기존 질서와 체계를 부정하는 반기득권 정서를 결집하는 후보로 도약하려는 승부수로도 풀이된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지 정당을 물문하고 극우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결집하는 ‘공화주의 협약’이라는 불문율이 있다. 르펜의 대표직 사임은 이를 우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부친인 장마리 르펜도 2002년 대선 결선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으나, 그의 집권을 막기 위해 좌파 정당들이 우라 공화당 후보인 자크 시라크 후보에 표를 몰아 줬다.
르펜은 23일 열린 1차 투표에서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에 이어 2위로 결선에 진출해 다음달 7일 결선을 앞두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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