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국면 속 엇갈리는 표심
위기감 느낀 진보 결집 효과
보수는 분산돼 安 지지율 하락
“2012년 북풍 학습효과” 분석도
“제가 태양을 태양이라 해도
낮에 뜬 달이라고 넘어갈 상황”
송민순 사직서… 文 측은 檢 고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북한 주적론’과 ‘송민순 문건’으로 집중타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보수 진영의 의도적인 ‘북풍(北風)’ 공세는 도리어 북풍에 편승하려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의외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색깔론’에 위기감을 느낀 문 후보 지지층이 결집한 반면, 보수 표심은 안 후보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로 분산돼 누구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조선일보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1~22일 정국 성인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37.5%로 2주 전(7~8일)보다 1.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26.4%로 2주 전보다 11.1% 포인트나 하락했다. 홍 후보는 0.4% 포인트 상승한 7.6%, 유승민 후보는 0.8% 상승한 2.9%로 집계됐다.
MBC와 한국경제신문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같은 날 유권자 1,514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에서도 문 후보는 2주 전보다 3.9% 포인트 상승한 39.1%를 기록했다. 안 후보는 4.4% 포인트 하락한 30.1%였다. 문 후보가 19일 TV토론에서 북한 주적 발언을 거부하고, 21일 송민순 문건 공개 이후 범보수 진영 후보들로부터 집중타를 맞은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결과다.
대선 때마다 위력을 발휘한 북풍 공세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이유로 우선 진보 결집이 거론된다. 조선일보 여론조사 결과, 야권 성향이 강한 호남 지역의 문 후보 지지율은 52.8%로 2주 전(52%)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2012년 북풍 논란의 학습효과로 보인다”며 “당시 대선 막바지에 불거진 NLL(북방한계선) 파동으로 문 후보의 지지층 일부가 이탈했지만, 선거 이후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안 후보는 색깔론 국면에서 반사이익을 크게 보지 못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문 후보의 지지층은 북풍을 위협요인으로 판단하며 더욱 결속하고 있다”며 “반면 보수층은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으로로 갈라져 득표 이익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이상일 대표는 “특히 안 후보를 향했던 보수표는 안 후보가 햇볕정책이나 대북 송금 등에 명쾌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홍 후보 등에게 흩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보수ㆍ진보 표를 모두 노리는 안 후보에게 안보 프레임은 불리한 구도”라고 꼬집었다.
물론 문 후보 측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공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인 송 전 장관은 이날 “총장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 학교도 정치적 의미와 연결되는 것 같다”고 대학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지금은 제가 태양을 태양이라고 해도 낮에 뜬 달이라고 하고 넘어갈 상황”이라며 “제가 뭘 해도 안될 것이다”라고 문 후보를 겨냥했다. 문 후보 측은 이날 송 전 장관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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