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병영 습격에 300명 사상
치안부대가 입은 최악의 피해
대부분 가난한 집안서 온 훈련병
운구차도 없이 시신 받은 가족들
“나라 위해 희생됐는데 택시로…”
2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북부 최대도시인 발흐주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샤힌 육군기지. 부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훈련병들은 부대 내 모스크에서 기도를 올리다가 갑작스레 나타난 무장집단 탈레반의 공격을 당했다. 총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젊은 청년들은 혼비백산했다. 갑자기 등장한 한 장교가 그들을 부대내 식당으로 이끌었다. 안전하다고 생각한 순간 식당에 갇힌 부대원들은 꼼짝없이 죽임을 당했다. 이 ‘장교’ 역시 탈레반 무장대원이 가장한 가짜였던 것이다.
이날 탈레반의 공격으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지 16년 이래 치안부대가 입은 최악의 피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6시간 가까이 지속된 공격 끝에 탈레반 대원 최소 5명이 사살됐고 1명이 체포됐지만 정부군은 최소 140명이 사망했고 다른 160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기초 군사 훈련 과정을 밟고 있던 훈련병이었다. 어린 피해자들 가운데 16세 청년도 있었다. 집안이 가난하고 일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군에 들어온 이들이 대다수였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23일을 국가 추모일로 선포하고 정부는 조기를 내걸었지만 유가족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다. 시신을 담을 관과 옮길 차량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이날 이른 아침부터 유족들이 굳게 닫힌 부대 문 앞에 모여들었다. 22세 난 조카 모하마드 마무드를 잃은 모하마드 샤피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6시간 동안 기다려 겨우 조카의 시신을 받았는데 구급차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택시로 싣고 간다”며 “내 조카는 나라를 위해 일하다 희생됐다. 그만한 존중을 바란다”고 분노를 토로했다.
이번 사건은 16년을 끌고 있는 아프간 내전에서 번화한 도시나 군부대조차 더 이상 무장집단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 준다. 지난 3월 이슬람국가(IS)가 수도 카불의 군병원에 테러를 가한 사건과 함께 아프간 정보당국의 치명적인 실패이기도 하다. 24일 압둘라 하비비 국방장관과 카담 샤 샤힘 육군참모총장이 습격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카불을 긴급 방문해 미군 추가 파병을 검토하는 등 후폭풍도 거세다.
연일 커지는 피해에도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아프간 정부, 부패와 방만한 운영으로 얼룩진 군경에 대한 아프간 국민의 불신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22세 조카를 잃은 셰르 모하메드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남긴 말이 민심 이반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돈많고 자식들이 해외로 나가 있는 지도자들을 지키기 위해 가난한 집 자식들이 피를 흘리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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