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앞두고 보수매체만 접견
“CNNㆍMSNBC 안본다” 적대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보수 언론매체 몇 곳만 골라 접견한다.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 시절 이들 매체가 소외를 당했다는 이유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류 미디어와 대립각을 세우는 ‘외눈박이’ 언론관을 고수하면서 비판 목소리에는 귀를 닫는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원 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 더 데일리 콜러, 브레이트바트 등 보수매체 관계자들을 24일 초청해 연회를 연다. 브레이트바트는 한 때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했던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븐 배넌이 만든 극우매체이며, 나머지도 현 정부에 호의적인 언론사로 알려져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해당 매체들은) 지난 8년 동안 소외돼 있었다”며 “주류 미디어의 보도에 싫증 난 국민이 이들과 소통하는 경우가 늘어 역할이 중요해 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보수 및 진보 칼럼니스트들을 따로 만난 적이 있어 이번 접견이 매우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에 전쟁을 선포하고 ‘가짜 뉴스’로 몰아붙여 순수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CNN과 MSNBC를 시청하지 않는다. 유쾌하지 않은 보도를 하기 때문”이라며 재차 적대감을 드러냈다. 국정운영 지지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42%로 나온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를 두고도 “많은 언론이 가짜이고 (나에게) 항상 부정적인 점을 감안하면 좋은 결과”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는 취임 100일을 맞아 29일 예정된 93년 전통의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역시 불참하는 대신,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리는 지지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반면 보수언론 폭스뉴스에 대한 신뢰는 유별나기까지 하다. WP 칼럼니스트 데이나 밀뱅크는 21일 ‘트럼프의 함대는 어디 있을까. 폭스뉴스가 말하는 곳에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핵항공모함 칼빈슨호 항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트럼프가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폭스뉴스를 보고 “매우 강한 함대를 (한반도로) 보내고 있다”고 잘못 말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무대 뒤에서는 많은 언론인과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다”며 “가짜뉴스와 전쟁은 지지자들을 붙잡으려는 ‘가짜전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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