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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응급실 환자 장사

입력
2017.04.2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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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ㆍ접합 대상 보내주면 대가”

뒷돈 로비 병원장 등 55명 입건

연루된 대형병원 40여곳 달해

사건개요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사건개요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서울대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을 자신의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로비를 벌인 중소병원과 금품을 받고 환자를 해당 병원으로 보낸 전공의(레지던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6년 동안 환자 소개비로 2억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서울 북아현동 소재 A병원장 이모(59)씨와 대학병원 의사 서모(35)씨 등 5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형외과를 운영하는 이씨는 응급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병원에 ‘대외협력팀’이라는 별도의 영업조직을 만들었다. 팀 소속 영업이사들은 서울 및 경기 소재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국장을 대상으로 “당일 수술이 어려운 골절, 수지접합 환자들을 우리 병원으로 보내주면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로비를 벌였다. 수술 부위나 환자 상태에 따라 대퇴부골절 50만원, 손가락 절단 30만~40만원, 인대나 신경 손상 20만원 등 기준도 마련했다.

레지던트 4년 차인 대형병원 의국장들은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1, 2년 차 레지던트로부터 환자 상태를 보고 받은 뒤, 일정상 당장 수술을 받기 어렵거나 담당 전문의가 없는 환자들에게 “수술 잘하는 병원을 알려주겠다”며 A병원을 소개했다. 관련 정보가 없는 환자들은 의사 권유에 별다른 의심 없이 A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했다. 이런 식으로 A병원은 6년 동안 대형병원 40여 곳으로부터 환자 1,200여 명을 유치했고, 1명당 수백 만원의 이득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의국장 대다수가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 1인당 소개비가 20만~50만원으로 크지 않았고, 의사들이 환자에게 병원을 추천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후배에게 자리를 넘기면서 A병원 영업담당자들을 소개해주는 식으로 환자 알선 행위를 물려주기까지 했다. 경찰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의국장들이 속한 병원 7곳을 함께 입건하고, A병원에 진통제를 처방하는 대가로 현금 2억원을 제공한 제약업체 관계자들도 별도로 입건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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