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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정치사 새로 쓴 ‘이단아’ 마크롱과 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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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정치사 새로 쓴 ‘이단아’ 마크롱과 르펜

입력
2017.04.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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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엘리트 코스 거치며 30대 중반 장관까지

기업 입장 가미한 중도 표방, 최연소 대통령 눈앞

르펜, 아버지 이어 극우정당 두 번째 결선 진출

EU 탈퇴 등 고립주의 바람 타고 우파 표심 자극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 진출을 확정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과 마린 르펜. 연합뉴스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 진출을 확정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과 마린 르펜. 연합뉴스

2017년 프랑스 대선은 무서운 30대 신예와 대를 이은 극우 여전사, 두 정계 ‘이단아’의 최종 대결로 압축됐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투표 결과, 에마뉘엘 마크롱(39)과 마린 르펜(48) 후보가 각각 1,2위를 차지하면서 프랑스 현대 정치사는 새로 쓰이게 됐다. 1958년 대선 결선투표를 도입한 정치 시스템이 마련된 이후 좌ㆍ우를 대표해 프랑스 정치권을 양분하는 사회당과 공화당이 어느 한 쪽도 후보자를 내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누가 당선되든 향후 프랑스 정치지형의 대격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앙팡 테리블’ 마크롱 대권 접수 눈 앞

신생정당 ‘앙 마르슈(전진)’ 후보로 결선투표 진출을 확정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프랑스 정계의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ㆍ무서운 아이)’로 불린다. 그는 30대 중반에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데 이어 대권까지 도전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 왔다. 내달 7일 결선에서 최종 승리할 경우 마크롱은 프랑스 역대 최연소, 가장 젊은 주요 서방 지도자 등 각종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보인다. 전망도 밝다. 결선진출이 좌절된 주요 정당 후보들이 극우세력 집권을 막기 위해 속속 마크롱 지지를 선언하면서 대권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는 ‘혁신’ 기치를 내걸고 프랑스 정치판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집권 사회당 정부에서 경제장관 재임 중 새로운 중도와 제3지대를 표방하며, 끊임없는 좌ㆍ우 대립에 신물 난 유권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의사 부모를 둔 마크롱은 프랑스 북부 역사도시 아미앵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엘리트 코스인 명문 파리정치대학과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뒤 경제부처에 잠깐 몸담았다. 이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 스카우트돼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동하며 실물경제와 금융 전반에 대한 감각을 익혔고, 2012년 현 사회당 정부 출범 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2014년 개각 때는 불과 36세 나이로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는 등 올랑드 정부의 떠오른 실세로 자리잡았다.

마크롱은 중도좌파 사회당 정부에서 기업 입장을 반영한 ‘우향우’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2015년 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파리 샹젤리제와 같은 관광지구 내 상점의 일요일ㆍ심야영업 제한을 완화한 개혁 입법이 대표적이다. 그는 노동계 등 사회당 전통 지지층의 반발로 법안 통과가 어렵게 되자 헌법 예외조항을 적용, 표결 없이 정책을 관철하는 뚝심을 보였다. 사회당 노동정책의 대표 브랜드인 ‘주 35시간 근무제’에도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마크롱은 “국민이 적게 일하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잘못된 생각”이라는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한 유럽연합(EU) 건설과 법인세 인하, 공공부분 일자리 감축, 재정지출 축소 등 주요 공약에서도 좌ㆍ우를 넘나드는 유연성이 엿보인다.

기성 정당체제를 넘어서겠다는 그의 정치철학과 유려한 말솜씨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줬으나 역으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일천한 선출직 경험도 곧잘 비판의 대상이 됐다.

대권 재수 나선 극우 대모 르펜

마크롱에 이어 대선 결선투표 티켓을 따낸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는 다시 대권에 도전하게 됐다. 2012년 1차투표에서 17.9% 득표율로 3위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22∼23%의 득표율로 사회ㆍ공화당 후보를 제치고 가뿐하게 예선을 통과했다.

그는 2002년 대선 결선에 진출해 깜짝 이변을 일으켰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의 뒤를 이어 FN을 이끌어 왔다. ‘프랑스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강한 민족주의 성향에 포퓰리스트로 분류되지만, 아버지와 달리 극우정치인에게 씌워진 ‘강성 이미지’를 걷어내면서 대중적 인기도 상승했다. 르펜은 인종차별 발언을 자제하는 등 탄력적 행보를 이어가면서 소수정당에 머물렀던 FN의 세를 빠르게 확장했다.

장마리 르펜의 세 딸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파리2 대학을 졸업한 뒤 형법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아버지가 창당한 FN에 합류하기 전에는 파리에서 6년간 변호사로 활동한 경험도 있다.

르펜의 주요 공약을 보면 다른 유럽국가들이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및 EU 탈퇴를 표방하는 등 ‘프랑스의 트럼프’를 자처하며 강한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을 주장해 왔다. EU 체제 안에서는 프랑스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일자리 창출도 저해되는 만큼 프랑화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충격을 맛본 유럽 각국이 프랑스 대선 결과에 민감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르펜은 또 이민에 반대하고, 강력한 반(反) 난민 입장을 취하는 등 저소득층의 표심을 파고 들었다. FN은 대선 엠블렘을 ‘파란색 장미’로 정했는데 “파란 장미는 엘리트들이 언제나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이룰 수 있는 국민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크롱이 올랑드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자’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 우파 지지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측근들을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허위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부분이 걸림돌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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