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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90만원 턱걸이 벌금” 의원 봐주기 선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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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90만원 턱걸이 벌금” 의원 봐주기 선고 논란

입력
2017.04.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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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위반 26명 중 17명에

100만원 미만刑 ‘의원직 유지’

“선거결과 왜곡…엄격한 처벌을”

‘턱걸이 구제가 관행’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국회의원에게 아슬아슬한 정도로 의원직 유지 벌금형을 물리는 법원의 선고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대다수가 ‘한 끗’차이인 80만~90만원의 벌금이 선고돼 시선이 곱지 않다. 수십, 수백만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국회의원 선거가 비일비재한 점을 감안하면 선거의 공정성 면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선출된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은 의원은 26명. 이중 17명(65.3%)이 80만원 또는 9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 때문에 법원이 법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관대한 처분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사전선거운동과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던 A의원은 지역 내 유권자들에 수십만원 상당의 물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A의원을 기소한 검찰은 1,000만원을 구형했고, 재판부 역시 “선거의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봤지만 결과적으로 9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공보물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지역 예산을 확보한 것처럼 기재했다가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B의원 역시 벌금 80만원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에 장애를 초래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지만,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내리진 않았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80만원, 90만원 벌금형 논란은 법원 내에서 10년 전부터 제기돼 자성의 목소리가 있어왔다”고 말했다.

물론 ‘턱걸이 벌금’ 선고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는 판사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봐주기 선고 논란 때문에 선거사범에 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안에서 형량을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기소 사유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허위사실공표’의 경우 본인의 당선을 목적으로 한 행위로 인정됐을 때 기본 형량이 200만~800만원 벌금형이다. 다만 ▦소극적 가담행위 ▦정도가 약할 경우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이 없을 경우 등 감경 사유가 인정될 때 70만원까지 하한을 두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감경 사유를 적용하면 90만원을 선고했다고 무조건 꼼수라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양형기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90만원 벌금형 선고 이면에는 ‘과연 재선거를 해야 할 정도의 죄질이냐’는 판사들의 고심도 담겨 있다. 지방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등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하는 건 큰 문제지만, 실제 기소된 사건은 ‘사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재선거를 할 때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7월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15명의 의원을 뽑는데 들어간 세금만 153억원이 넘었다.

일각에선 공직선거법 자체가 엄격해 ‘90만원 선거사범’을 양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일 전 6개월 전부터 정당과 후보에 대한 반대ㆍ지지 의사를 표현할 수 없게 하는 등 지나치게 표현의 자유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보수ㆍ진보 양측에서 제기돼 왔다. 법조계 안팎에서 “허위사실공표죄나 명예훼손죄 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그 나라의 언론자유를 판단하는 척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선거법이 금권선거를 막고 표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는데 오히려 후보들의 입을 막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개정 논의는 따로 하더라도, 사소한 범법행위로도 선거결과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은 엄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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