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北을 시장으로 보는 새 시각 필요
비핵화 목표 입구 아닌 출구에 둬야
美 하는 대로 하는 것이 동맹인가
자유한국당
6자 회담은 이미 안락사 당해
전술핵 재배치로 북핵 맞대응
군사행동 대비 한미동맹 강화를
국민의당
지금은 제재 국면 나중에 대화
서해ㆍDMZ연결 평화벨트 설치
사드로 안보불안감 낮출 필요
바른정당
김정은 통치방식 김정일과 달라
필요하면 사드 포대 추가 배치
줄타기 외교 그만, 트럼프와 담판
정의당
타협 가능한 것부터 北과 대화를
점점 우클릭하는 두 야당도 문제
中ㆍ日서 혐한 확산이 더 큰 우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최근 대선 쟁점으로 부상한 ‘북한 주적’ 등 안보관을 두고 각을 세우고 있지만, 최대 외교 현안인 북한 비핵화 해법 등을 두고선 입장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일보사에 열린 외교안보 분야 대선정책 좌담회에서 문 후보 측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과 안 후보 측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제재와 동시에 협상 노력을 강조하면서 “우선적으로 북핵 동결부터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측 백승주 의원은 군사적 조치 등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며 강경한 대북 압박을 주장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측 김영우 의원도 대북 압박을 강조하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추가 배치도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측 김종대 의원은 두 야당이 사드 배치 찬성 등으로 우클릭하는 것을 비판하며 우리 안보의 당사자 원칙을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는 한국일보 대선 자문교수인 박영준 한국평화학회장(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북한 핵ㆍ미사일 해법
박영준=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다. 박근혜정부가 개성공단 폐쇄까지 하면서 대북 압박을 전개했지만, 북한의 핵능력은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
문재인 측 “비핵화 입구 아닌 출구에 둬야”
김기정=남북분단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이냐 문제부터 생각해야 한다. 국가중심적 시각과 민족중심적 시각이 있는데, 이 둘 사이의 갈등구조가 10년 동안 한국사회의 남남갈등 원인이 돼왔다. 두 가지 불편한 동거를 넘어선 제3의 시각이 필요하다. 북한을 시장으로서 바라보는 것이다. 아울러 비핵화가 안 되면 어떤 것도 풀 수 없는 구조에서 벗어나 비핵화를 궁극적 목표, 즉 출구에 둬야 한다. 현 시점에서 북핵을 동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낸 다음 미래의 핵, 과거의 핵을 폐기하는 순서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국제사회와 더 긴밀히 공조해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압박 그 자체만으로는 해결책을 끌어낼 수 없다. 북한을 6자회담 등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 부분에서 미국과 긴밀 협력해야 한다.
홍준표 측 “6자 회담 안락사…전술핵 재배치”
백승주=20여년 간 북핵 문제를 다루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썼다. 참여정부와 김대중 정부가 대북 지원을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봤지만 안이한 생각이었다. 6자 회담도 잘 안됐다. 6자 회담이 결국 안락사했다고 본다. 따라서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던 모든 옵션을 다 올려놔야 한다. 6자 회담을 이끌었던 미국의 콜린 파월 전 장관을 만났는데, 대북 군사적 옵션을 내려놓았던 것이 가장 잘못된 것이었다고 하더라. 비핵화 원칙을 벗어나지만, 전술핵을 재배치해 북핵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가) 취임 뒤 미국보다 평양에 먼저 가겠다고 한 것은 북핵 문제에 면죄부를 주는 격이다.
안철수 측 “더 늦기 전에 핵동결부터”
백학순=지금과 같이 하면 비핵화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 핵무기와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이다. 핵실험에 대한 모라토리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카메라 설치 등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수립을 선순환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특히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4자 회담 추진도 병행돼야 한다. 대북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협상하지도, 기회도 만들지 않고 계속 제재만 하면 점점 더 핵과 미사일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20여년 간 경험했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타이밍에 북한이 협상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6자 장관급 회담을 추가 설치해서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우리의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 남북 차원에서도 서해와 비무장지대(DMZ)를 연결하는 평화벨트 설치를 공약으로 발표할 것이다.
유승민 측 “제대로 된 압박 가해야…사드 포대 추가 배치”
김영우=김정은의 통치 방식은 김일성ㆍ김정일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김정일은 18년 동안 미사일 발사를 16번 했다. 김정은은 5년 간 51발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좋게 풀 수 있을 것인가. 냉철해져야 한다. 물론 압박이 유일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 하지만 우린 그 압박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흐름에서 우리도 제대로 된 압박을 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드 포대도 한두 대 추가 배치해야 된다. 2015년에 아무도 사드 배치 필요성을 얘기하지 않을 때 유승민 후보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세히 설명하면서 사드 배치 필요성을 얘기했다. 군 통수권자로서의 통찰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심상정 측 “우리 안보 당사자 원칙 세워야…우클릭 야당 각성해야”
김종대=조선 말 고종은 두 강대국 정치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다 결국 식민지로 전락시켰다. 균형외교를 잘못 주장하면 박근혜 정부의 외교참사 시즌2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 안보의 당사자라는 원칙을 세울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 60년대 말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 70년대 중반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 90년대 중반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와 같은 불굴의 의지와 신념을 가진 평화의 지도자가 만들어야 된다. 그런 점에서 보수권의 안보 담론에 끌려가며 우클릭하는 두 야당에 대해서도 각성을 촉구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군사적 조치로 대응할 수 있는 한계를 초월해버렸다. 매우 현실적이고 타협의 여지 높은 것부터 찾아서 다자간, 북미 간, 남북 간 대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트럼프 시대 한미동맹
박영준=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북핵문제를 중시하면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제시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어떻게 한미동맹을 조율해가야 하나.
홍준표 측 “트럼프 군사 행동까지 대비해야”
백승주=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행보는 쇼비니즘적인 경향이 강하다. 최근 칼빈슨호까지 한반도 해역으로 다시 오는 등 미국의 대북 군사적 동향을 할리우드 액션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한반도가 전쟁 위기로 가는 상황이 있어선 안 된다. 이렇게 안 되려면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 태세를 점검해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발전시키면서 그 틈 속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이나 방위비분담 인상 등 경제적 측면에 대해서는 미국에도 “노(NO)” 할 수 있어야 한다.
안철수 측 “사드로 안보불안 심리 낮출 필요”
백학순=한미동맹은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군사적 측면과 평화 증진 차원의 노력을 동시에 해야 한다.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가 미비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사드 배치 등을 통해 국민들의 안보불안 심리를 좀 낮출 필요가 있다. 안철수 후보의 사드 입장이 바뀌었다는 비판이 있지만 고심의 결과다. 사드는 북핵방어의 수단이지 근본적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처음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올초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최종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바뀌면서 고심 끝에 사드 배치 찬성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유승민 측 “한미 정상회담에 모든 역량 쏟아야”
김영우=우리의 안보 핵심은 역시 한미동맹이다. 한반도 정책 결정과 관련한 미국의 프로세스는 과거에는 실무자들이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내놓은 다음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최고 결정권자가 중요한 방향을 설정하면 실무자들이 운용 방식을 만드는 탑다운 방식으로 역전됐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트럼프 자체다. 우린 완전히 손 놓고 있다. 이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미 정상회담에 모든 것을 쏟아야 된다. 미중 사이의 줄타기 외교, 이건 말이 안 된다. 대선 후보가 굳이 대통령이 돼서 북한 먼저 가겠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 한마디가 외교가 되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심상정 측 ”한미 동맹이 중국 겨냥하는 지역동맹화…통제 관리해야”
김종대=한미동맹의 가치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어떤 내용의 동맹이냐다. 한미동맹은 과거 냉전 시기 한반도 방위를 위한 성격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동맹으로 변화시키려고 한다. 최근 미국은 일본을 거대 기지국가화 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일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나아가 중국 팽창에 대해 한국도 나서서 같이 통제할 수 있는, 그런 거대한 전략구상 속에 한국을 포함시키려고 한다. 한미일 지역 동맹의 상대가 중국이 되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상당한 지정학적 부담이다. 따라서 강대국 정치에서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 되어가고 사드 문제를 두고도 강대국 끼리 흥정하는 그런 모습이 일견 드러나고 있다. 우리 국가 이익에 맞게 한미동맹의 속도와 변화를 통제하고 관리해야한다.
문재인 측 “한미동맹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돼”
김기정=김종대 의원이 두 야당이 ‘안보 우클릭’ 경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안보 전략의 신중성이 기해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드 문제를 지나치게 정쟁화해서 단순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차기 정부 외교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드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 미국이냐 중국이냐, 이런 이분법적 질문은 차기 정부의 전략을 단순화시킬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한미동맹 역시 마찬가지다. 한미동맹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 국방부나 국무부 가면 관리들이 “우리는 한국 입장을 듣고 싶은데,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만 들으려고 온다”고 한다. 미국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은 동맹정신에도 어긋난다.
◆사드 배치로 악화한 한중관계 해법
박영준=한미관계 못지 않게 한중관계가 중요 화두가 됐다. 사드 배치 문제로 어려워진 한중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백학순=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끈질기게 설득했어야 했는데 그게 안됐다. 안철수 후보는 그런 자세로 중국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불안정하고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전혀 맞지 않는다. 중국도 이런 측면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영우=한중관계는 결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다. 경제 문제는 경제대로, 안보는 안보대로 분리해서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드는 순수 방어용 무기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필요하다면, 중국 최고 지도자를 직접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김종대=걱정해야 하는 것은 중국과 일본에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혐한 시위다. 이건 외교로 풀리지 않는다. 정부와 정부 간 우호관계는 쉽게 회복되지만, 동아시아 공동체로 가야 될 이웃 국민들과의 감정이 역행하는 것은 심각하다. 정부와 민간의 단합된 전방위적 노력들을 통해 중국이 우리의 전략적인 상대국이 되는 것은 빨리 막아야 한다.
김기정=동북아의 안보가 민감해지면서 한미일 대 북러중의 대립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 진영화 구도 속에선 한국이 가장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한국이 많은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공동 번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외교가 촉진자적 역할을 해야 한다.
백승주=결단력과 강단을 갖고 시진핑 주석을 만나 맞짱을 떠야 한다. 설득해야 해결된다. 대북송유 금지 등 대북압박 차원에서도 중국 지도자를 강력하게 설득해야 하는 결기가 필요하다.
정리=조영빈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성지원(고려대 사회학4)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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