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9대선전이 중반으로 접어드는데도 주요 후보진영이 안보 프레임과 색깔론의 블랙홀에 빠져 소모적 난타전을 거듭하고 있다. 2차 TV토론에서 불거진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논란이 이른바 '송민순 문건' 파문으로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달아 각 진영이 사생결단식으로 치고 받더니 어제 밤 열린 3차 TV토론 역시 이 사안에 매몰돼 접점 없는 공방만 벌인 느낌이다. 남은 대선 TV토론도 후보의 정치리더십과 정책역량, 도덕성 등 총체적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라 주적 운운하는 마녀사냥식의 흠집내기 무대로 전락할까 우려된다.
대북관 및 안보관을 둘러싼 논란 확산은 문재인 후보가 '북한이 주적이냐' 질문에 너무 경직적으로 대처한 탓이 크다. 사실 북한인권결의안 문제도 여태 끌 사안이 아니다. 당시 비화를 기술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책이 나온 때가 지난해 10월이다. 문재인 진영은 처음부터 종북몰이나 색깔론으로 몰아붙이며 무시하거나 부인으로 일관했을 뿐 진정성 있는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송 전 장관은 북한의 위협을 담은 문건의 추가 공개가 이에 대한 항변이라고 했다.
문 후보 측은 이번에도 '제2의 북풍공작'으로 규정하고 송 전 장관 형사고발까지 거론하더니 어제 "북의 의견을 타진하기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기권으로 결론 내렸다"는 당시 안보정책조정회의 발언과 대북 통지문 등 3가지 자료를 공개했다. '문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이 허위라는 것이다. "기억에만 의존하지 말고 객관적 자료로 진실되게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우리는 문 후보가 3차 토론에서 이 자료를 근거로 반박논리를 편 것을 평가한다. 이 자료로 의혹이 일거에 해소되리라는 기대보다, 불명확한 설명과 잦은 말 바꾸기로 논란을 키우고 낡은 공방의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안철수 후보는 최근 자신의 '햇볕정책 공과' 발언과 관련 "20년 전 정책을 계승하냐 안 하냐가 대체 왜 중요하냐"고 반문했다. 그런 정신이라면 3차 TV토론을 끝으로 네거티브 차원의 안보논쟁이나 색깔론 공방을 멈추는 게 옳다. 대신 그 자리에 작금의 안보ㆍ경제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을 통합하며 미래 국운을 개척하는 지혜들이 모여 경쟁하길 바란다. 때마침 문 후보는 어제 '담대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구상'이라는 안보공약을 내놨고, 안 후보는 광화문에서 '국민과의 약속, 미래비전 선포' 이벤트를 가졌다. '자신의 이야기'로 손님을 끄는 게 '장사의 정석' 아닌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