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신곡에 등장한 커린… “이렇게 먼 나라에 마음 통하는 친구 있다니”
“여전히 코린(커린) 음악은 좋더라.” 가수 아이유는 노래 ‘라이크 어 스타’로 유명한 영국 가수 커린 베일리 레이에 대한 애정을 21일 공개한 새 앨범 ‘팔레트’의 동명 타이틀곡 노랫말에 담았다. “진짜?” 22일 서울 강남구 호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인터뷰를 위해 만난 레이에 이 소식을 전하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랐다. 휴대폰으로 ‘팔레트’를 재생하자 레이는 긴 머리카락을 왼쪽 귀 뒤로 넘기며 귀를 기울였고, 자신의 이름이 나온 뒤 바로 “오~”라며 환하게 웃었다.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팔레트’의 차분한 비트를 즐겼고, 곡을 들으며 “정말 감미롭다”는 말을 세 번이나 했다. 아이유는 ‘팔레트’에서 “진한 보라색을 더 좋아한다고”라고 노래하는데, 공교롭게 레이는 이날 보라색 치마에 같은 색 양말을 신고 인터뷰 약속 장소에 나왔다.
레이와 아이유는 각별한 사이다. 아이유는 레이의 2011년 내한 공연에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아이유가 데뷔 초 “엄마 보다 좋다”며 레이를 음악적 롤모델로 꼽아 이뤄진 인연이었다. 이후 아이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레이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지난해 레이의 공연을 찾아가 따로 만나며 친분을 이어왔다. 레이는 아이유를 “사랑스러운 친구”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먼 나라에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죠. 아이유가 편지를 주기도 했는데, 사적인 일이니 내용은 비밀이고요, 하하하.”
“여성 음악인으로 차별 경험.. 어떤 고민하는 지 직접 목소리 내야”
레이는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17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뮤즈 인 시티’)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레이는 “여성 음악인들의 축제”라 사명감으로 무대에 섰다. 그는 10대에 4인조 여성 밴드 ‘헬렌’에서 음악 생활을 했고, 여성 음악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도 당했다. 레이는 “한 지역 페스티벌에서 여성 밴드는 하루에 한 팀 이상 무대에 서지 못했고, 그로 인해 우린 공연 날을 옮겨야 했다”며 “여성 밴드의 음악은 다 비슷비슷하다는 편견 때문”이라고 말했다.
레이는 이 편견의 벽을 깨기 위해 “제 곡을 쓰는 여성 음악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요즘 젊은 여성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대부분이 40~50대 남성 작곡가들이 ‘젊은 여성은 이런 생각을 할 거야’라며 쓴 노래”라 “젊은 여성들이 단순히 유흥 외에 어떤 사회적 고민을 하고, 꿈을 꾸는지를 알릴 수 있는 곡들이 더 나와야 한다”는 바람에서다.
레이는 재즈 풍의 음악에 속삭이듯 편안하게 노래해 팬 층이 폭넓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레이의 팬이다. 백악관이 지난해 8월 공개한 오바마의 여름철 애창곡 리스트에는 레이의 노래 ‘그린 애프로디지액’(2016)이 포함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곡에서 자연의 푸르름을 ‘녹색 최음제’에 빗대 시적 표현으로 생명을 예찬했다. 영국 북부에서 사는 레이가 자신의 정원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여행을 갔을 때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쓴 노래다. 레이는 “긴 겨울을 이겨내고 여름에 꽃을 피우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인생에 빗대 쓴 곡”이라고 작곡의 계기를 들려줬다.
휴대폰 무음 설정.. “목탁 소리 듣기 위해 한국 절 자주 찾아”
2006년 데뷔한 레이는 ‘돈트 노 와이’로 이름을 알린 미국의 여성 음악인 노라 존스와 많이 닮았다. 재즈 풍의 음악적 스타일은 물론 데뷔하자마자 인기 대열에 올라 변화의 성장통을 치른 점도 비슷하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이날 ‘뮤즈 인 시티’에 차례로 올라 한국 관객들과 만나기도 했다. 존스는 함께 공연 투어를 돌기도 한 레이는 “존스의 도전이 내게 큰 자극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 둘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음악은 비슷해요. 하지만 존스는 컨트리 음악에도 도전하는 등 주위의 우려에도 자신의 길을 만들어갔죠. 다소 무모해 보일지라도 자신의 창작에 대한 방향을 밀고 나가는 데 보기 좋아요. 저도 현대무용 공연이나 영화음악 작업을 하며 제 음악적 잠재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깨우려 하고 있고요.”
레이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그는 “(한국은) 고향처럼 친숙한 느낌”이라고 했다. 평소 “휴대폰도 무음으로 해 놓고” 지내는 그는 명상을 위해 서울 삼성동 인근 절에 가 목탁 소리를 듣는 걸 즐긴다. 인터뷰가 끝난 뒤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걸 보니, 한국 문화도 제법 익숙해진 눈치였다. 2008년 남편을 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선 레이는 안팎으로 어수선한 한국의 관객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로 2집 ‘더 씨’(2010)에 실린 ‘러브 이즈 온 잇츠 웨이’를 추천했다.
“멀리서 사랑이 다가오는 것처럼 어둠을 밝힐 변화는 분명히 온다는 믿음을 노래한 곡예요. 제가 힘들 때 듣는 노래이기도 하고요. 힘들어도 계속 나아가야 하는 게 우리 삶이니까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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