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출석 만원” “일당 15만원”
대학 사이트 등에 버젓이 광고
취업 준비한다고 돈으로 학점
적발된 학생 정학 징계 받기도
서울 소재 H대를 다니는 A(25)씨는 최근 전공수업을 듣다 고개를 갸웃했다. 담당 교수가 평소 알고 지내는 친구의 출석을 부르는데, 그 때마다 생면부지의 다른 학생이 대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학생은 출석을 부른지 10분 정도가 지나면 슬그머니 교실을 빠져 나가는 일을 반복했다. 사정이 궁금해진 A씨는 그 친구로부터 “요즘 토익 학원을 다니느라 대리출석을 맡기고 있다”는 답을 듣고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취업이 급해도 수업을 듣지도 않고 학점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지만, 돌아온 대답이 가관. “동기들이 모두 졸업해 어쩔 수 없다. 학교 커뮤니티에 식사 대접을 하겠다며 구인 광고를 올렸다”며 당당해하더라는 것이다.
최근 대학가에 ‘대리출석 알바(아르바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친구들을 통해 조용하게 알음알음 부탁을 해왔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학교 온라인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구인에 나서는 지경이다. 취업이라는 ‘급한 불’에 학원 등에 다니면서 정작 강의는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대에서도 ‘출석 알바 구인광고’가 등장해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대학 커뮤니티 구인게시판에 “대리출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글쓴이는 “공대에서 열리는 수업에 출석 확인을 한 후 5분 뒤에 나와주면 출석 1회당 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적발을 피하기 위해 “티 안 나게 나와야 한다”거나 “남자만 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글을 본 학생들은 댓글 등을 통해 “어떻게 이런 구인 글이 다 올라오냐”며 “대리출석은 시험 부정행위나 보고서(레포트) 표절만큼이나 나쁜 행위”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시급 1만원 또는 일당 15만원을 내걸고 대리출석자를 구한다는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휴대폰 번호를 당당하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리출석에 더해 파워포인트(PPT) 제작 등 과제까지 맡아줄 경우 돈을 더 주겠다는 글도 속속 게시되고 있다. 한 대학생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나온 정유라처럼 돈으로 성적을 사는 것이 말이 되냐“며 “성실하게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대학은 징계 강화로 맞서고 있다. 지난 1월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지난해 2학기 수업에서 수업 1회당 2만원에 출석 알바를 구하고, 이에 응한 재학생 6명에게 유기정학(2주) 처분을 내렸다. 고원영 학생복지부장은 “공개적으로 출석을 돈으로 사고 파는 등 대학생들의 윤리의식 결여가 심각하다”며 “적발된 학생들도 죄의식을 못 느껴 원칙대로 징계했다”고 밝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과주의의 결과물”이라며 “대학들이 실태 파악 및 자정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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