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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 정부 물관리 행정체계의 전제조건

입력
2017.04.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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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이온수라는 초미세 관심사로부터 4대강이라는 초대형 관심사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해마다 ‘세계 물의 날’인 3월 22일만 되면 크고 작은 민관 행사가 얼추 10개는 열리니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써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적 관심사를 국가 정책으로 승화시켜야 할 우리나라 물관리 행정체계를 들여다보면 한숨 짓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물 관리에 관여하고 있는 부처는 최소 5개가 넘는다. 다목적댐과 수량 관리는 국토교통부, 상하수도와 수질 관리는 환경부, 전국 1만 8,000여 개의 농업용 저수지와 농업용수 관리는 농수산식품부, 발전용댐 관리는 산업통상부, 소하천 관리는 국민안전처가 담당하고 있다. 산재된 물관리 조직체계는 당연히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각종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수자원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 생존과 직결된 물을 관리함에 있어 독립적인 행정기구 또는 컨트롤타워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는 물을 관리하는 독립적 행정기구로 ‘(가칭) 물관리청’을 신설하여 통합관리가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전제조건을 제안한다. 첫째로, 신설된 ‘물관리청’은 기존 또는 신설 부처 어디에 속하든지 인사와 예산에서 독립성이 보장되게 해야 한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의 경우 다수당에 따라 부처의 신설 및 변경이 자주 일어나지만, 물관리 기구인 ‘환경청’은 소속된 상위 부처에 큰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되어 있다.

둘째, 신설 행정조직에서는 중앙행정기구의 권한과 업무를 대폭 지역조직으로 이양하여 상향식 정책입안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중앙주도식 정책으로는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물 문제를 그 특성에 맞게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설 ‘물관리청’이 속하게 될 중앙부처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지역조직에서 올라온 정책들을 총괄 조정하는 업무만을 담당하는 것이 옳다.

셋째, 신설 ‘물관리청’의 지역조직은 행정단위가 아니라 철저히 유역단위로 편성되어야 한다. 동일한 ‘유역’에 내린 빗방울들은 모여서 하천을 이루고 동일한 유역 출구로 유출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러 개의 행정구역을 거쳐 흐르는 하천을 행정구역 별로 따로 관리하여 비효율과 지역 간 불협화음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왔다.

‘물관리청’ 산하에 ‘(가칭) **유역위원회’을 두어 앞서 언급한 유역 물관리 정책을 담당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각 ‘유역위원회’에서는 물관리 정책의 영향을 받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함께 비전을 설정하고 해법을 고민하며 그 효과를 평가하는 일련의 정책순환과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이 전제된다 하여도 행정기구를 신설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더욱이 대통령인수위원회도 없이 바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작금의 정치상황에서는 아득히 먼 나라의 이상일 뿐이다. 이 경우 가장 현실적 대안은 대통령 직속 ‘(가칭)국가물관리위원회’의 설치라 할 수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우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물관리 부처들의 컨트롤타워로서 각종 현안에 대한 총괄조정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더불어 현재 다부처 물관리 체제에서 난립하고 있는 수십 개의 법령들을 정비함은 물론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전제조건들이 이루어지도록 기반을 다져, 신설 ‘물관리청’이 장기적으로 연착륙되는 역할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4대강 개선대책을 포함하여 우리의 미래 물관리 정책이 정치적 셈법으로 풀리질 않길 바란다.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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