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위기 고조에 압박 높여
북한 인민군 창건일(25일)을 앞두고 한반도 위기가 급격히 고조되면서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 변화가 확연히 눈에 띄고 있다.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외교부 성명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대북 강경 메시지를 늘려오던 중국이 최근 북한의 핵실험 징후가 뚜렷해짐에 따라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적 대응 수위를 격상하면서까지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 후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을 언급하면서 “바로 2~3시간 전에 (중국 측에서)매우 특이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전문가가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지금처럼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라며 중국을 거듭 칭찬하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의 요청에 군사적ㆍ경제적 방법을 두루 동원해 북한의 추가도발 억제를 위한 실질적 행동을 보였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했음을 추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특이한 움직임’을 북한의 도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외신들은 대체로 이를 중국의 대북 군사조치 강화와 연관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은 (대북 관련) 경계태세 강화를 의미하는 중국 폭격기들의 잦은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 군사적 움직임을 긍정 신호로 해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은 최근 대북 경계태세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대응에 그쳤던 이전과 달리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 최근에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무력시위 양상마저 보인다. 북해함대 소속 최신 이지스 구축함의 서해 훈련에 이어 초음속 전투기의 실탄사격훈련까지 연이어 공개하는 등 북한을 향한 압박 강도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미 CNN은 이날 “중국이 19일 공대지 및 순항미사일 역량을 갖춘 폭격기 경계태세를 갖췄다”라며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중국이 긴밀히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도 내놨다. 중국 국방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군 당국이 정보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인민군 이동을 감시하고 있으며 북중 접경지역의 경비도 한층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의 대북 경고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현안대화’ 기자간담회에서도 장터우성(張池生) 중국국제전략연구학회 회장,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등은 한 목소리로 “북한이 추가도발할 경우 원유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생에 직접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하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중국이 북중관계의 근본적인 전환을 시작한 것인지는 단언하기 이르지만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는 태도가 이전과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무엇보다 올 가을 시진핑 2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동북아 정세를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에 기인한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볼 때 북한의 추가도발시 국지전 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북중 접경지역 내 혼란도 불가피하다. 길게는 8년을 상대해야 할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ㆍ북핵 ‘빅딜’ 제안을 수용하는 게 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도 했음직하다. 이와 관련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측은 현재 중국의 정책과 입장에 대해 전면적이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태도변화에 대해 “한반도 유사시 북한과 한국 다음으로 피해가 큰 나라가 중국인 만큼 중국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군사적으로도 대비를 하는 건 당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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