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펴낸 자전적 에세이서
대학생 시절 여학생에게 먹일
돼지흥분제 구해준 일화 소개
야권 “도의적 책임 져라” 촉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1일, 대학생 시절 자신이 친구들과 약물을 사용한 성폭력 범죄를 모의했다는 자전적 에세이의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S대 학생끼리 한 얘기를 들은 것이지 직접 (범죄 모의에) 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홍 후보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인 대상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책이 S대 학생들이 자기끼리 한 얘기를 (내가) 관여된 듯 해놓고 후회하는 것으로 해야 정리가 되는 포맷”이라며 “이미 12년 전 책이 나올 당시에 해명돼 기사가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홍릉에서 하숙할 때 함께 살았던 S대생들끼리 한 얘기를 들었고 그걸 기재한 것”이라며 “내가 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함께 하숙하던 S대 상대생들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어서 관련자 실명을 공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정준길 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이 부분에 대해선 홍 후보가 사과를 했다”며 “20살 혈기왕성한 나이 때 있었던 일인 만큼 국민들이 이 부분을 감안해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물의를 일으킨 책은 홍 후보가 3선 의원이던 2005년에 펴낸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다. ‘돼지 흥분제 이야기’ 제하 부분에서 홍 후보는 “대학 1학년 때 고려대 앞 하숙집에서의 일”이라며 하숙집 친구들과 함께 흥분제를 구해 친구에게 줬고 그 친구가 평소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흥분제를 먹여 성범죄를 저지르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일화를 소개했다.
홍 후보는 책에서 “하숙집 룸메이트는 지방 명문 고등학교를 나온 S대 상대 1학년생이었는데 이 친구는 그 지방 명문여고를 나온 같은 대학 가정과에 다니는 여학생을 지독하게 짝사랑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그 친구가) 우리 하숙집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했고 우리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했다”고 적었다. 상대 여성의 맥주에 그 친구는 흥분제를 타 먹였고 쓰러진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갔지만, 룸메이트가 옷을 벗기려는 순간 여학생이 깨어나 할퀴고 물어뜯어 실패했다고 홍 후보는 회상했다. 홍 후보는 글 말미에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난 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비로소 알았다”고 쓰기도 했다.
홍 후보의 해명에도 파장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이날 김경록 중앙선대위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대학교 1학년 학생을 상대로 약물을 몰래 먹인 성폭력의 공범임이 드러난 이상 우리는 그를 대선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며 “성폭행 자백범, 강간미수 공동정범 홍준표는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법률적으로 시효가 지났다고 해도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건”이라며 홍 후보를 상대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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