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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서 이어 폴리로이어 시대?

입력
2017.04.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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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우ㆍ 위철환 전 변협 회장 등

대선 캠프에 참여 잇달아

“공익 대신 출세 위한 자리 우려”

왼쪽부터 하창우ㆍ위철환 전 대한변협 회장
왼쪽부터 하창우ㆍ위철환 전 대한변협 회장

전임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들이 잇따라 대통령 선거 판에 뛰어들어 전국 2만 5,000명 변호사들의 ‘얼굴’격인 변협 회장 자리가 정치권으로 가는 정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변호사 집단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들의 캠프 합류 등 전임 변협 회장들의 정치 활동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지난 2월 말 퇴임한 하창우(63ㆍ사법연수원 15기) 제48대 변협 회장은 퇴임 한 달 반 만에 안철수 선거캠프 공동 법률지원단장으로 나섰고, 그 전임 위철환(59ㆍ18기) 제47대 회장은 문재인 선거캠프에서 공명선거본부장으로 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리인단으로 참여해 ‘막말 변론’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평우(72ㆍ사법시험 8회) 변호사는 2009~2011년 제45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대한 변협뿐만 아니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회장을 2013~2014년 역임한 나승철(40ㆍ35기)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의 사법개혁분과에 참여했다. 2016년까지 서울변회 사무총장이었던 변환봉(40ㆍ36기) 변호사는 임기 직후 새누리당 후보로 4.13 총선에 출마해 낙선했었다.

이처럼 속속 정치권으로 향하는 변호사단체 수뇌부들에 대한 일선 변호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서울 소재 한 로스쿨을 졸업한 한 변호사(28ㆍ변시 5기)는 “하 전 회장은 임기 중 테러방지법 찬성 의견서를 국회에 보내는 등 돌발 행동을 많이 했는데 최근 변호사들 사이에서 ‘이름 알려보겠다고 퍼포먼스를 한 게 아니냐’는 뒷얘기가 무성하다”고 말했다. “후학양성은 뒷전이고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랑 다를 게 뭐냐”는 비판도 나온다.

격에 맞지 않는 행보라는 내부 비판도 많다. 대한변협 회장은 ‘법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 대법원장, 헌재소장, 법무장관 다음으로 의전을 받는다. 사회적 위상이나 무게감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한 중견 변호사 김모(45ㆍ36기)씨는 “대법원장이나 검찰총장이 퇴임 한달 여 만에 선거 캠프 들어갈 경우 일선 판검사들이 느낄 충격과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당장 변협에게도 부담이다. 추진 사업이 회원이나 공익을 위한 게 아니라 정치 목적, 개인의 출세를 위한 것이라는 대내외적 불신과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단체 수뇌부의 정치판 러시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협회장 선거가 각 지방변호사회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간선제에서 2013년 직선제로 바뀌면서 “권력 의지가 강한 사람이 뽑히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추연종 변호사(법무법인 일현ㆍ변시 4회)는 “간선제 때는 원로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대선 못지 않게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며 “변호사 3만 명을 돌파하면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에 들어간 두 협회장은 직선제 전환 뒤 선출된 인사들이다.

물론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정치 활동과 정당 참여를 부정할 순 없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그러나 변협 회장직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공익 봉사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법 1조에 ‘인권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이 명시돼 있고 이런 변호사 단체를 상징하는 인물이 대한변협 회장”이라며 “초대 국가인권위원장,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장 등 퇴임 후 사회 공헌에 힘쓴 고 김창국 제40대 회장이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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