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순익 각각 9971억ㆍ8701억
1회성 수익 빼면 격차 겨우 50억
같은 날 발표 앞두고 탐색전 치열
업계 실적 1위를 놓고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간 리딩뱅크 경쟁이 치열하다. 10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려는 신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오는 11월 연임 여부를 앞두고 ‘정상 탈환’을 선언한 윤종규 KB금융 회장 간 자존심 경쟁 양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양대 금융지주는 20일 동시에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에 걸맞은 1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이날 공시된 실적으로 보면 신한금융이 크게 앞섰다. 1분기 순이익이 무려 1조원에 육박하는 9,97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3% 증가한 것으로, 2001년 지주사 설립 이래 분기 실적으로는 최대치다. KB금융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8,701억원으로 만만찮은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59.7%나 증가한 것으로, 역시 2008년 지주 설립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이다. 신한금융은 “차별성 있는 리스크 관리”를, KB금융은 “KB증권과의 연계 영업 등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각각 깜짝 실적의 배경으로 꼽았다.
외견상 1분기 실적은 신한금융이 1,270억원을 더 거뒀다. 그러나 1회성 이익을 제하면 그 격차는 ‘박빙’ 수준으로 좁혀진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에는 신한카드에서 발생한 1회성 수익 2,800억원(세후)이 포함돼 있다.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아 올해부터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산출 방법을 바꾸면서 대손충당금이 환입된 덕이다. KB금융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매각 관련 수익 1,580억원(세후)이 포함됐다. 1회성 수익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을 뽑아보면 신한이 7,171억원, KB가 7,121억원으로 50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같은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 두 지주 간 실적 격차가 1,700억원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진한 KB금융이 신한금융의 턱밑까지 추격한 셈이다.
양측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하게 되면서 양측은 1회성 이익을 포함하느냐 여부를 두고 탐색전을 벌이는 등 숫자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양 지주사에 대한 증권사들의 1분기 순이익 전망치를 훨씬 웃도는 결과가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신한금융과 KB금융의 1분기 실적을 6,000억원대 후반~7,000억원 대 초반으로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이번에도’와 KB금융의 ‘이번에는’의 경쟁으로 1회성 순익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이런 경쟁 구도는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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