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희동 거주 심동주ㆍ다운씨
연기 마셔가며 방범창 부숴 구조
소방서, 진압 유공표창 수여키로
건설 현장 소장으로 일하는 심동주(53)씨는 18일 모처럼 휴일을 얻어 인천 서구 연희동의 빌라 1층 집에서 쉬고 있었다. 심씨의 휴일은 오래가지 못했다. 집에 함께 있던 딸 다운(20ㆍ대학생)씨가 “타는 냄새가 난다”고 말한 때문이다. 밖도 소란스러웠다.
심씨가 이날 오후 4시 50분쯤 현관문을 열자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 밖으로 뛰쳐나간 심씨는 아랫집 반지하 창문 방범창살 사이로 손을 내밀며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창문에선 시커먼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고, 아이들의 얼굴은 검댕이 묻어 까맸다. 한 초등학생이 밖에서 돌덩이로 방범창살을 부수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당황한 심씨는 방범창살을 손으로 뜯으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씨는 급한 마음에 초등학생에게 돌덩이를 건네 받아 창살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창살 4개를 구부리고 부러뜨려 아이들이 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심씨는 아이들을 한 명씩 밖으로 꺼냈다. 함께 달려 나온 다운씨는 놀라서 울먹이는 아이들을 안아서 달랬다. 신발도 못 신고 나온 아이에게 자신의 신발도 벗어줬다.
이날 불은 초등학교 6학년생 김모(12)양이 친구 2명에게 튀김 요리를 해주려다 일어났다. 인천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김양이 식용유가 담긴 프라이팬을 불 위에 올려놓고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식용유에서 불꽃이 튀어 순식간에 불길이 벽으로 번졌다.
불은 아이들이 구출된 지 몇 분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모두 꺼졌다. 소방관들은 집 안에서 강아지 한 마리도 구조했다. 불은 집 내부와 가구를 모두 태워 8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김양과 친구들은 연기를 마셨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당일 퇴원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심씨도 아이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연기를 마셨다.
서부소방서는 심씨 부녀에게 화재 진압 유공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심씨는 20일 “아이들을 빨리 꺼내야 한다는 생각에 겁이 날 틈이 없었다”라며 “누구나 당연히 했을 일로, 표창 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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