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금리로 소액 대출을 해주고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가족ㆍ지인들에까지 협박을 일삼은 불법 대부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무등록 대부업체를 차려놓고 자영업자, 주부 등을 상대로 최고 연이자 4,400%에 대출을 해주고,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채무자들을 협박하면서 64억원 상당의 이자를 챙긴 혐의(대부업법 및 채권추심법 위반)로 총책 권모(39)씨와 박모(37)를 구속하고, 팀장 오모(35)씨 등 4명과 영업직원 및 인출팀 직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 등은 2015년 11월쯤부터 2017년 3월쯤까지 포털사이트 카페나 대부업체 사이트를 통해 대출을 광고하면서, 30, 50, 70만원을 빌려주면 일주일 뒤에 원금과 합쳐 50, 80, 100만원을 갚아야 하는 방식으로 대부업체를 운영했다. 연이율로 따지면 3,466∼4,400%로, 등록 대부업체 이자율(연 27.9%)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인터넷 광고를 보고 대부 계약을 맺은 피해자만 약 5,300명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돈을 빌려주면서 채무자에게 가족과 지인들 휴대폰 번호와 직장을 적어 제출하도록 했다. 피해자들 중에는 부모나 형제뿐 아니라 사촌이나 심지어 최근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이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이들도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 대부분은 카드 값이나 사채 이자를 급하게 막아야 하거나, 병원비가 필요해 무리해서 소액 대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 지인 정보는 돈을 갚지 않을 때 이용됐다. 변제기간이 지나면 바로 가족과 지인 연락처와 직장을 이용해 협박했다. 실제 가족에게 연락해 “장기를 팔아서라도 돈을 갚아라”고 하거나 암투병 중인 부모에게 채무 변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이자로만 64억원, 원리금으로 174억원을 챙겼다.
경찰은 총책 권씨를 중심으로 동네 후배인 박씨와 오씨가 조직을 관리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씨와 오씨가 관리한 다섯 개 영업팀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영업직원 고용하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휴대폰 또한 모두 대포폰을 사용했고 돈을 받는 계좌 역시 대표 통장을 이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인적 사항을 파악하지 못한 조직원 10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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