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를 앓고서 은둔하던 94세 할아버지가 아기 고양이를 만나 밝은 삶을 되찾았습니다. 사진작가인 손녀는 둘의 이야기를 사진 작품으로 담아냈습니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아키코 듀퐁 씨는 지난 2012년 3개월 된 길고양이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콩가루처럼 노란 털을 가졌다고 해서 키나코(일본어로 '콩가루')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처음 한 달 동안은 가족들 몰래 방 안에서만 길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손녀의 방을 들여다보던 할아버지가 키나코를 발견했습니다.
할아버지는 한평생 고양이를 길러본 적이 없었고,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키나코를 처음 봤을 때 그의 눈은 반가움으로 반짝였습니다. 아키코 씨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참 오랜만에 봤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를 무서워하며 도망 다니던 키나코도 차츰 마음을 열었습니다. 어느 날부턴 기꺼이 할아버지의 품에 폭 안기기도 했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94세 노인의 일상에 활력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건강이 나빠지기 전까지 할아버지는 매우 활동적이고 열정이 넘쳤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64년간을 매일같이 일터로 출근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뒤부턴 점차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집안에만 은둔하게 되었습니다. 아키코 씨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상실감을 느껴 우울해지기 쉽다"며 "친절하고 밝은 성격이 매력이던 할아버지가 나날이 괴팍하게 변해가는 모습에 가족들 모두 가슴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우울하기만 했던 할아버지는 키나코를 만난 뒤 본래의 밝은 모습을 되찾았는데요. 키나코는 그의 말동무이자 둘도 없는 벗이 되었습니다. 고집스러운 성격은 여전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자주 웃곤 합니다.
아키코 씨는 할아버지와 키나코가 친해질 무렵부터 이 둘의 행복한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키코 씨가 촬영한 할아버지와 키나코의 사진은 보기만 해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집니다.
할아버지와 키나코는 일상의 매 순간을 함께합니다. 마음에 드는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는 것은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일과 중 하나인데요. 호기심 많은 키나코는 이따금씩 책상 위로 뛰어 올라 스크랩 작업을 방해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옹다옹 싸우기도 하지만, 사실 그에겐 그런 키나코마저 사랑스럽습니다. 할아버지가 스크랩 작업에 집중하면 키나코는 그 옆에서 잠이 듭니다.
할아버지와 키나코는 꿈 속에서도 함께하는 모양인데요. 둘이 사이 좋게 낮잠을 자는 모습은 놀랄 만큼 닮아있습니다. 사진 속 할아버지와 키나코는 같은 자세와 표정으로 잠에 빠져있네요.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키나코 덕분에 다시 행복지자 가족들도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아키코 씨는 "병세로 인해 심술궂게 변했던 할아버지와 수줍은 아기고양이가 이토록 사이 좋게 지낼 줄은 가족들도 상상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키나코는 사람과 동물의 경계를 초월한 유대감으로 묶인 걸까요. 반려동물이 한 사람을 바꿔놓는 힘이 얼마나 크고 귀중한지, 이 둘의 우정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의 애정 넘치는 일상 사진을 아키코 듀퐁 홈페이지에서 만나보세요.
한희숙 번역가 pullkko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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