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줄 테니 출근 말라”
차수련 전 위원장과 합의서
18년 동안 수억 원 지급
무노동 임금 차씨 처신도 논란
일부 노조원, 책임자 고발 검토
보건의료노조의 대모로 알려진 차수련 전 전국보건의료산업 노조위원장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병원측과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18년간 매달 수백만원의 임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병원측이 ‘무노동 임금’을 대가로 노조 활동을 무력화 해온 정황이 드러난 사례이지만 이를 알고도 대가를 받아온 차 전 위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19일 본보가 입수한 한양대학교의료원과 노동조합간 1998년 9월 작성된 별도합의서를 보면 의료원은 차 전 위원장이 의료원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그의 임금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차 전 위원장은 상급단체 등에서 전임자로 활동하더라도 의료원 노동조합에 관련한 업무는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노조위원장으로 파업을 주도, 골치를 썩여온 차 전 위원장에게 임금을 전액 보전할 테니 의료원에 나오지 말라는 이면합의를 한 셈이다.
합의서는 2010년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에도 효력이 유지돼 차 전 위원장은 현재까지 의료원에서 일하지 않고도 임금을 받고 있다. 호봉승급 등이 이뤄진 그의 월급이 400만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6억~9억 원 상당의 회삿돈이 무노동 근로자에게 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보건의료노조 활동 등을 하면서 5차례 옥고를 치른 차 전 위원장은 최근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치소 생활을 조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문건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이런 사실을 인지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 및 노동조합관계법 81조4호 위반)로 보고 노동위원회에 의결을 요청하면서다. 하지만 노동위원회는 “차 전 위원장이 당해 노동조합의 전임자가 아니다”며 고용부의 요청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위원회 판단이 달라 당혹스러웠다”면서도 “위원회는 노동관계법 위배 여부를 살핀 것이지 임금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노조원 일부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등)로 의료원 책임자 등을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수련 전 위원장은 “일하지 않는 이에게 월급을 주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당시 노동조합 와해 위기 속에서 도출해낸 어쩔 수 없는 결과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타임오프제 시행 즈음에도 복직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고용부 등에 진정을 내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한양대의료원 측은 본보 취재에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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