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의 주전 포인트가드 김태술(33)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정규리그 후반부터 바닥을 찍었던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특히 고양 오리온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만 길어졌다. 그의 자리는 베테랑 주희정(41)이 대신했다.
김태술은 4강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전혀 힘을 못 썼다. 네 경기에서 고작 9득점뿐이었다. 2, 4차전에서는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정규리그 때 3점슛 성공률 30.9%를 기록했지만 네 경기 동안 7개를 던져 모두 실패했다. 그렇게 강동희-이상민-김승현을 잇는 ‘천재 가드’는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김태술은 팀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깨어났다. 그는 19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오리온과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최종 5차전에서 12점 3어시스트를 기록, 팀의 91-84 승리를 이끌었다. 출전 시간은 17분43초에 그쳤으나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4쿼터 승부처에서 7점을 몰아쳤고, 시리즈 첫 3점포를 결정적인 순간 꽂았다. 팀이 82-78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종료 55초 전 김태술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터트린 뒤 포효했다. 이로써 2연승 뒤 2연패로 위기에 몰렸던 삼성은 5차전을 잡고 2009년 이후 8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오리온은 1, 2차전 패배 후 단 한번도 챔프전에 오른 적이 없었던 0% 확률을 깨는 기적에 도전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일찌감치 챔프전에 선착한 정규리그 1위 안양 KGC인삼공사와 삼성이 맞붙는 7전4승제의 ‘마지막 승부’는 22일부터 열린다.
삼성은 3쿼터 한때 62-48로 14점이나 앞서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그러나 오리온이 4쿼터 초반 연달아 10점을 넣으며 추격, 67-65로 승부를 뒤집기도 했다. 이후 막판 자유투에서 분위기가 갈렸다. 오리온은 76-78로 뒤진 종료 2분33초 전에 정재홍이 자유투 2개를 얻었으나 1개만 넣었고, 77-80으로 뒤진 종료 1분 53초를 남기고도 김동욱이 자유투 2개 중 1개만 성공했다.
오리온과 달리 삼성은 80-78로 앞선 종료 1분33초 전에 문태영이 자유투 2개를 착실히 넣어 4점 차로 달아났다. 4점 차로 끌려간 오리온은 이어진 반격에서 애런 헤인즈의 슛이 들어가지 않았고, 삼성은 종료 55초 전에 김태술이 3점포를 터뜨려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32점 14리바운드로 활약했고, 문태영도 4쿼터에만 10점을 넣는 등 20득점으로 공격에 힘을 보탰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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