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현금 8억6,000여만원을 훔친 피의자를 구속했지만 정작 훔친 돈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대전동부경찰서는 19일 빈 집에 침입해 현금과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A(46)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친구 사이인 A씨 등은 지난달 13일 대전 동구의 한 아파트 B(71)씨의 집에서 현금 8억5,000만원과 귀금속 등 8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날 같은 아파트 C(67)씨의 집에서 2,1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A씨 등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아파트 현관문의 우유 투입구에 도구를 넣어 잠금 장치를 풀고 침입, 돈을 훔쳤다. 훔친 현금은 쌀자루 2개에 나눠 담고, 도주 과정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타는 등 대범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현장의 족적과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 추적해 한달 여 만에 경남 진주시 주거지에서 A씨 등을 붙잡았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절도 등 다수의 전과가 있는 전문 빈집털이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훔친 5만원권 현금으로 지난달 30일 부인 명의의 대출금 1억3,500만원을 상환하고, 부인 계좌에 6,000만원도 입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피해 회복을 위해 A씨 부인 명의 계좌의 지급 정지를 요청했다. 또 대출금을 상환한 부분에 대해서도 몰수보전(불법 수익을 미리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전보전 절차) 대상 여부를 따져 기소 전 신청키로 했다.
하지만 A씨 등은 구속 이후에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상환한 대출금과 아내에게 입금한 돈은 도박으로 얻은 수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또 도난 당한 현금 가운데 나머지 6억5,500여만과 귀금속 등의 행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어딘가에 숨겨뒀을 것으로 보이는 현금의 행방을 파악하고, 여죄를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B씨는 대전에서 오랫동안 유명식당을 운영해 왔으며, 평생 모은 돈을 집 안에 보관하고 있다가 도난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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