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추리소설가 미셸 비시(52)가 신작 ‘절대 잊지마’(달콤한 책) 출간을 기념해 첫 방한했다. 국내에는 낯선 이름이지만 그의 소설 대부분이 프랑스 영화, TV드라마로 판권이 팔렸을 만큼 프랑스 내에서는 ‘핫한’ 작가로 꼽힌다.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가 지난 1월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그의 책은 작가 기욤 뮈소의 저서(총 판매부수 183만부)에 이어 두 번째(113만부)로 많이 팔렸다.
19일 서울 중구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발표작의 공통점은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하고 화자가 이 상황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풀어 나간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비시의 본업은 지리학자다. 프랑스 루앙대학교 지리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소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의 저자이자 헌법학자인 토마스베르하르트 슐링크처럼 전문지식을 무기로 강력한 서사를 만든다. 그는 “인물의 정체성은 살고 있는 곳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뉴욕 런던 같은 별 특징 없는 곳보다 노르망디 같은 특성이 보이는 장소에 인물을 놓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소는 소설을 시각적, 낭만적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절대 잊지마’는 작가가 나고 자란 노르망디 해안가를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노르망디 해안 절벽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절벽”이라며 “겨울의 해안 절벽은 비밀스럽고 공포스러운데다 절벽 옆 동굴도 기이한 느낌과 긴장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자말이 몽블랑산 산악달리기 완주를 위해 훈련하다 노르망디 해안 절벽에서 한 여인을 발견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자살하려는 그녀에게 구호의 의미로 스카프를 건네지만 여자는 끝내 자살하고, 자말은 살인자로 내몰린다.
오랜 무명기간을 거친 작가는 번역 출간된 소설을 일일이 소개하며 한국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소설을 써왔지만 대부분 출판사에게 출판을 거절당하고, 2006년 ‘코드 뤼팽’을 출간했지만 무명작가에 머물렀다. 2012년 ‘그림자 소녀’가 메종 드 라 프레스상(신문잡지판매점상)을 수상하며 베스트셀러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습작생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자신의 상상력을 믿고 추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열심히 쓰고 잘 써야 한다. 완벽한 작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비시는 20일 국립중앙도서관과 프랑스문화원, 21일 서울도서관에서 저자 강연회를 갖는다. 22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를 연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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