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북한의 도발 없이 4월을 넘길 경우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 무드가 형성될 수 있다고 최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례 없는 수준의 대북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중국이 여전히 북미 사이에서 중재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1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10~14일 한국을 방문했던 우 대표는 한국 측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단 4월을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고 나면 북미 간 1.5트랙 회의 등 북미 간 대화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북미의 전현직 관료와 연구진 등이 참여하는 반관반민의 1.5트랙 대화는 양국 간 대화 조건을 맞춰보는 비공식 대화 채널로 활용돼 왔다. 당초 지난달 초 미국 뉴욕에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이 참석하는 1.5트랙 대화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독살 사건으로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며 무산된 상태다.
우 대표의 발언에 따르면 4월은 북미 간 대결과 대화 국면의 분수령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군사 옵션까지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으로 “중국이 북한문제에서 협력하고 있는데 왜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하겠느냐”며 미중 협조 체제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김일성 주석의 생인인 15일 태양절을 무사히 넘긴 것처럼 25일 인민군창건기념일까지 조용히 보낸다면, 중국이 직접 나서서라도 북미간 낮은 수준의 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우 대표의 발언의 의미로 읽힌다. 국책 연구기관 전문가는 “북한의 도발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미국도 정치적 부담이 덜한 1.5트랙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중국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도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시험발사 등 ‘레드 라인’을 일단 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을 경우 새로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 정권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19일 “트럼프 행정부는 어느 시점에서 사태 수습을 위한 출구전략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라고 밝혔다. 조선신보는 또 “미국 제일주의를 제창하는 대통령이 조선(북한)과의 전쟁을 피하려 한다면 치켜든 주먹을 조용히 거두어 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압박을 완화할 것을 에둘러 요구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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