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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조기총선은 메이 총리의 다목적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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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조기총선은 메이 총리의 다목적 카드”

입력
2017.04.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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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협상 전에

내부 여론 잠재우고

의회장악 먼저 시도

노동당 등 손익계산 분주

투스크 “히치콕 영화처럼 흥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조기 총선을 선언한 18일 런던내에 배포되는 석간 무가지 이브닝스탠다드가 조기총선 기사를 1면에 전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조기 총선을 선언한 18일 런던내에 배포되는 석간 무가지 이브닝스탠다드가 조기총선 기사를 1면에 전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돌연 ‘6월 8일 조기 총선’을 선언한 것을 두고 해외 언론은 일제히 ‘메이 총리의 노림수’라고 표현했다. 험난한 길이 예상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협상에 앞서 메이 총리와 보수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시점에 내부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의회를 장악한 뒤 ‘인기 없는’ 협상에 임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메이 총리가 전격적으로 조기총선을 발표한 것을 두고 브렉시트 협상으로 영국 경제가 흔들리기 전에 서둘러 내부 문제를 다스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6월 개시될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EU측이 ‘엄격한 협상’을 공언한 상태에서 2019년 2월까지 만족할 만한 협상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2020년 총선에서 보수당 정권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도 보인다. 스티븐 필딩 노팅엄대 정치사학과 교수는 NYT에 메이 총리의 조기 총선이 “합리적인 정치인의 선택”이라며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되면 바로 지지율이 떨어질 테니 지금 선거를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제레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급진좌파 그룹과 당내 주류였던 온건좌파 그룹 사이의 내홍으로 지리멸렬해진 상황도 메이 총리가 조기총선을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총리실 관계자를 인용해 “메이 총리가 코빈 대표의 사퇴로 노동당이 내부 혼란을 잠재우기 전에 재빠르게 조기 총선을 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보수당의 지지율은 44%에 이르고 있어 23%에 그친 노동당을 크게 앞선 상태다. 메이 총리 개인의 인기도 높다. 조기 총선이 여론조사 결과대로 끝난다면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에 관계없이 2022년까지 안정적으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다.

영국 내 다른 정당도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노동당은 참패를 우려하고 있지만 코빈 대표는 조기 총선을 수용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여론조사 지지율을 토대로 노동당이 의석을 최대 65석까지 잃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코빈 대표는 브렉시트에 대한 언급 없이 ‘진보 의제’를 내세워 메이 총리의 도전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는데 흔들리는 자신의 당내 리더십을 다잡으려는 도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反)브렉시트 대표 정당’을 표방한 자유민주당(LD)과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의 실현을 노리는 스코틀랜드독립당(SNP) 역시 이른 총선을 정치적 기회로 여기고 있다.

유럽은 영국의 조기 총선 결정에 큰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탈퇴 협상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한 EU 관계자는 AFP통신을 통해 “조기총선은 영국 국내 문제”라고 일축했다.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조기총선을 앨프리드 히치콕의 스릴러 영화에 빗대며 향후 브렉시트협상이 흥미롭게 진행될 것이라 표현했다.

실제 조기총선이 협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메이 총리가 총선으로 브렉시트 협상력을 강화하려 한다면 그리스의 시리자(급진좌파연합)처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리자는 2015년 조기총선 승리로 EU와의 긴축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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