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서 호주와 훈련 후 지각출동
일러야 25일 전후 동해 도착
美 잘못된 정보 유포 배경 촉각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 가능성을 한껏 끌어올렸던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의 한반도 해역 출동 명령이 절반만 사실이고 상당부분 부풀려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로 향하고는 있지만, 미국 언론이 ‘선제타격이 가능하다’며 호들갑을 떨던 순간 항모 전단은 한반도로부터 5,600㎞ 이상 떨어진 인도양에 머물고 있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서 지난 8일 싱가포르를 출발, 김일성의 생일(태양절)인 15일을 전후해 한반도 해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던 칼빈슨 항모 전단은 여전히 인도네시아 인근에 머물고 있다.
칼빈슨 항모 전단의 한반도 해역 전개 사실은 9일 미 태평양사령부 해리 해리스 사령관을 통해 처음 발표됐다. 싱가포르에서 북쪽으로 이동해 서태평양으로 진입하도록 명령했다는 내용이었다. 태평양사령부는 이 지역의 ‘제1위협’에 직접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이는 자연스레 북핵 위협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10일 ‘현 시점에서 가장 신중한 조치’라고 확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마다(armadaㆍ무적함대)를 보낼 것이다. 매우 강력한 함대이다”라고 밝히면서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이 최대치로 증폭됐다. 미국 매체들도 관련 뉴스를 집중 보도했고, 폭스뉴스는 함대가 북한을 향해 진격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등이 이날 확보한 미 해군 항해자료는 알려진 항로와는 크게 차이 난다. 항모 전단이 8일 싱가포르를 출발했지만, 15일에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섬 사이의 순다해협을 통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호주 해군과의 예정된 훈련을 위해 8일 출항 직후 인도양으로 향했으며, (훈련이 끝난 뒤에야) 한반도로 방향을 돌렸다”고 전했다.
국방부 관리도 AFP통신에 “항모 전단이 호주 북서쪽 해상에 있다”면서 “앞으로 24시간 안에 동해를 향해 북쪽으로 항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거리를 감안하면 빨라야 다음 주(25일 전후)에 동해에 도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정권의 대북 군사압박 신호로 여겨졌던 항모 전단 배치 정보가 사실과 크게 어긋나면서, 미 백악관과 국방부가 잘못된 정보를 유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북 압박에 대한 중국의 동참을 촉구하기 위한 ‘허장성세’라는 분석도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언론이 사실 관계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라는 ‘자성론’도 나온다.
신미국안보센터 패트릭 크로닌 연구원은 “북한에 대해 ‘강온양면’ 전술을 구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항모 전단의 전진 배치에 앞서 중국에 말미를 주고 대북 압박을 강화하도록 하는 전략을 썼다는 것이다.
반면 군사적 타격 가능성에 집중한 나머지 미국 및 각국 언론이 미 해군과 트럼프 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발언을 과도하게 해석한 정황도 포착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해군이 지난 11일 호주 항구 기착 취소만 발표했을 뿐 항모 전단의 신속한 한반도 배치에 필수적인 인도양 훈련 취소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며 “(항모 전단의 위치를 파악할) 중요한 힌트를 ‘전쟁’ 이라는 뜨거운 단어에 휘말려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매티스 장관이 “특별한 임무가 없다”고 밝히는 등 주요 관계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항모 전단의 의미를 축소한 것에 주목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잘못된 군사정보가 언론에 보도되는데도 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지 않은 것에 대해, 특별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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