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지도 않은 한국-러시아 대륙횡단철도 사업 투자를 빌미로 수 억 원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차문호)는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56)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5년에 배상금 3억8,850원심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0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에게 한국-러시아 간 대륙횡단철도사업 투자를 제안했다. 아는 사람이 이 사업을 따냈지만 돈이 부족해 인지대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는데 투자를 하면 원금의 배를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대륙횡단철도사업을 추진한 적이 없었다. A씨는 B씨가 미심쩍어 하자 “인지대만 납부하면 3,000억원이 나온다. 5억원만 빌려주면 단 5일 만에 2배인 10억원으로 갚겠다”고 거듭 투자를 권유했다.
B씨가 투자할 현금이 없다고 했지만 A씨는 “일단 내가 돈을 빌릴 테니 집과 땅을 담보로 제공해라. 반드시 5일 내로 빌린 돈을 두 배로 갚겠다”고 집요하게 유혹했다. 그렇게 A씨는 자신의 말에 속은 B씨의 집과 땅 등을 이용해 주변 사람 등에게 5억7,000여만원을 빌려 자신의 호주머니로 챙겼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B씨는 기다리다 못해 한 달쯤 뒤 A씨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부산에서 신해주, 시베리아 국경까지 기차가 가는데 그 공사를 내가 하게 되는데 청와대하고 같이 하는 것”이라고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했다.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정에 선 A씨는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자 대륙횡단철도 사업에 투자하라며 B씨를 속이지 않았고, 원심의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변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륙횡단철도사업과 관련해 피해자의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달라고 한 사실이 인정되고, 양형 조건에 별다른 사정이 변경된 것도 찾아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