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끝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로 야구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한 마음은 아직도 가득합니다. WBC는 하나의 큰 축제인데, 그것도 안방에서 저조한 성적을 내 할 말이 더 없습니다. 팬들의 비난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국가대표팀은 원래 그런 자리입니다. 좋은 성적을 내면 칭찬을 받고, 부진하면 욕 먹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구나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으로 팬들의 기대도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수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로서 최고의 영광은 태극마크를 다는 것입니다. 대표팀에 가면 누가 말을 안 해도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합니다. 자연스럽게 최선을 다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이번 대회에서 투혼, 정신력, 절실함이 없다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성적이 안 나오면 이런 말들이 나와 아쉽기도 합니다. 선수는 그라운드에 나가 상대와 붙으면 120%를 쏟아 붓는 것이 본능입니다. 혹사고, 뭐고 모릅니다.
우리 선수들은 WBC를 축구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생각하고 각자 준비도 철저히 했습니다. 원래 비 시즌에는 다가오는 정규시즌에 맞춰 몸 상태나 컨디션을 조절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WBC를 준비하느라 일찌감치 체중도 감량하고, 페이스를 급하게 끌어올렸습니다. 자비로 해외 훈련을 다녀온 이도 있습니다.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훈련하다가 몸에 이상이 생기기도 했지만 모두 참고 뛰었습니다. 시즌을 한창 준비할 시기에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것인 만큼 준비를 잘해서 경기에 출전했다는 부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적은 실력과 운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다른 팀들도 우리만큼 열심히 하기 때문입니다. 선수의 운명은 매일매일 승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이기고 싶고, 우승하고 싶습니다. 반면 경기에서 지면 분함에 잠을 못 이루고, 남 모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리고 가슴으로 웁니다. 큰 욕심일 수 있지만 저희도 때로는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잘 싸웠다.’ 이 한 마디는 그 어떤 말보다 큰 힘이 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실패를 거울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위 글은 WBC에 출전했던 대표팀 선수들의 얘기를 종합해 ‘팬들에게 드리는 편지’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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