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재보선 직후 ‘내부 보고서’
“샤이 보수층 만만찮다” 판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향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추격을 견제하기 위해 진보진영의 텃밭인 호남과 보수 지지층을 안 후보로부터 분리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치러진 재보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선전으로 드러난 ‘샤이’ 보수층의 표심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문재인 캠프의 내부 보고서는 야권의 텃밭이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로 표심이 엇갈리고 있는 호남을 지키고 취약지대인 보수층 표심을 안 후보로부터 차단하기 위한 분리 대응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보고서는 12일 재보선 직후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구체적 방안으로 안 후보를 향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진영과의 연대 및 협치 대상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한편 1987년 전후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인생 궤적을 집중 비교하는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부산을 중심으로 민주화 운동에 나섰던 문 후보와 당시 서울대 의대 조교 등으로 사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던 안 후보의 삶이 뚜렷하게 비교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호남 지역에 대한 호소 방안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집중 부각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7일 경기 수원 유세에서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하겠다”며 “국민과 함께 목청껏 우리들의 노래, 광장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문 후보의 취약지점인 안보관을 보완하기 위해 연평도나 임진각 유세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안 후보가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예비역 장성들과 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안 후보에 대한 막연한 기대 심리가 중장년 보수층으로 확산되지 못하도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의혹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돼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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