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 위기 상황을 둘러싼 주요 2개국(G2ㆍ미중) 힘겨루기와 시리아 내전 등에 전세계 시선이 쏠린 가운데,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포퓰리즘에 의존하거나 부패한 지도자들은 막무가내식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정권을 보좌 또는 견제하는 역할을 맡으며 국제정치 무대의 ‘극한 직업’으로 떠오른 인물들을 미 주간 애틀란틱이 최신호에서 꼽았다.
국제 무대 최악의 직업으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대변인이 선정됐다. ‘필리핀의 도널드 트럼프’라 불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각종 막말을 수습하고, 지난해 6월 말 정권 출범 후 약 7,000여명의 마약 관련 용의자가 경찰ㆍ자경단에 의해 사살된 상황에서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일이다. 현재 대통령궁 대변인을 맡은 사업가 및 칼럼니스트 출신의 에르네스토 아벨라는 현지 언론에 “내 일은 대통령의 진의를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을 향해 “엿이나 먹으라 말하고 싶다”는 발언(지난해 9월)의 진의를 국제사회가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번째 극한 직업으로 뽑힌 자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이다. 지난해부터 부패 스캔들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부패 척결을 주장해 온 프라빈 고단 재무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이번 정권에 들어 무려 네번째로 재무장관이 교체됐다. 7개 야당과 시민사회가 주마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는 데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 등이 남아공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정크ㆍBB+)으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신임 장관은 무너지는 국가 경제를 홀로 떠받쳐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도 가시밭길 일색인 자리로 꼽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밀착한 대법원이 지난달 말 의회 입법권을 대행하겠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후 베네수엘라는 유혈 시위 등 혼돈 정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야권 수장 격인 훌리오 보르헤스 국회의장은 시위 과잉진압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방위군에 “당신들은 혁명 지도자 시몬 볼리바르의 후예로 남을지, 마두로의 개인 경호원일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사실상 행정ㆍ사법부에 손이 묶인 채 사상자가 속출하는 반정부 시위 현장을 지켜보고만 있는 형국이다.
그외에도 앞으로 약 2년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이끌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 파예즈 알사라지 리비아 통합정부 총리 등이 ‘고난의 행군’ 중인 인물로 언급됐다. 애틀란틱은 이에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각의 일마저 쉬워 보이게 만드는 역할들”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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