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과 독대 자리서 JTBC에 광고하지 말라 지시”도
홍석현 전 중앙일보ㆍJTBC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을 교체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정농단사태 이전부터 정권 차원에서 JTBC 보도를 통제하려는 유ㆍ무형의 압력이 있었다는 그간의 의혹을 직접 시인하는 발언이다.
홍 전 회장은 16일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올려진 ‘JTBC 외압의 실체,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태블릿 PC 보도 이후엔 정권이 약해졌기 때문에 직접적인 외압은 없었다. 다만 보수층으로부터의 비난과 태블릿 PC가 조작됐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있었다)”며 “특히 태극기 광장에서 저나 저의 아들(홍정도 중앙일보ㆍJTBC 사장), 손석희 사장의 이름까지 거론되면서 규탄이 대상의 됐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그 전에 제가 받았던 구체적인 외압이 대여섯 번 되고 그 중 대통령으로부터 두 번 있었다”며 “이번에 처음 밝히는 것이지만 (외압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홍 전 회장은 “언론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서 고초를 치렀던 입장에서 위협을 느낀 건 사실”이라고 토로하며 “그렇지만 외압에 의해 앵커를 교체하는 건 제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았고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믿었기 때문에 외압을 견뎌냈다”고도 말했다. 앞서 밝힌 “외압”의 내용이 “앵커 교체” 즉 손 사장의 퇴진이었다고 명시한 셈이다.
이 영상은 도입부에 “탄핵정국과 관련 JTBC에 대한 원망과 의심, 책임을 묻는 어떤 논리도 저는 수긍하지 않습니다” “진실 추구” “이제 제가 떠나온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말은 딱 한 가지입니다” “지금까지 하시던 대로 일을 해주시라”라는 자막을 차례로 띄웠다. 홍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경영에서 물러난 이유를 두고 국정농단사태와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일가의 외압으로부터 JTBC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일었는데 이를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내용이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의 영상이 올라간 경위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영상을 통해 밝힌 것 외에는 따로 전할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은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려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자리에서 손 사장을 교체하라는 압력이 있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 부회장이 난색을 표하자 박 전 대통령이 JTBC에 삼성 광고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관계자의 주장도 덧붙였다.
실제로 JTBC에서 삼성 광고가 급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블릿 PC 보도 이후로 ‘뉴스룸’이 종합편성채널 역대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외압설’에 한층 무게가 실린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한 관계자는 “JTBC에서 삼성 광고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줄기 시작해 올해는 거의 다 빠졌다”며 “외부에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삼성과 박근혜 정권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 아니냐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한국일보에 밝혔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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