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스타 탄생에 목말랐던 KBO리그에 ‘순수 신인’들이 시즌 초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공교롭게도 시장 규모가 큰 서울을 연고로 둔 세 팀 두산, LG, 넥센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종범 MBC SPORTS+ 해설위원의 아들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19ㆍ넥센)를 비롯해 데뷔전에서 시속 150㎞ 강속구를 뿌린 고우석(19ㆍLG), 첫 선발승을 따낸 김명신(23ㆍ두산)이 그 주인공들이다.
2007년 임태훈(전 두산)의 신인왕 수상 이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중고 신인’들이 득세한 가운데 2017 신인 지명을 받고 첫 해부터 당당히 1군 무대에 선 이들 세 명의 존재는 반갑기만 하다. 최근 KBO리그는 아마야구와 실력 격차가 커지면서 신인들이 명함을 바로 내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까지 10년 만의 순수 신인왕에 가장 가까운 이는 이정후다. 개막 전 시범경기에서 타율 0.455(33타수 15안타) 4타점 9득점 1도루로 두각을 나타낸 이정후는 개막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일 LG전부터는 꾸준히 선발 출전하며 최근 테이블 세터로 입지를 다졌고, 17일 현재 14경기에서 타율 0.357(56타수 20안타) 2홈런 9타점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야구 천재’ 아버지의 DNA를 물려 받은 이정후를 향한 시선도 뜨겁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스타가 되겠더라”라며 눈 여겨 봤고, 김경문 NC 감독 역시 “그 정도 일줄 몰랐는데 깜짝 놀랐다”고 칭찬했다. 아버지도 아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이종범 위원은 “대견하다”면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 더욱 든든하다”고 했다.
휘문고를 졸업한 이정후처럼 충암고 출신 투수 고우석 또한 1차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할 만큼 기대가 크다. 양상문 LG 감독은 이례적으로 고우석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기도 했다. 개막 후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던 고우석은 16일 kt를 상대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팀이 7-4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6회초 마운드에 올라 전광판에 시속 150㎞의 강속구를 수 차례 찍어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데뷔 첫 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은 그는 7회초에도 등판해 선두 타자 조니 모넬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구원 투수 김지용이 모넬을 홈으로 들여보내 고우석의 자책점이 됐다. 결과는 1이닝 1피안타 1실점이 됐지만 21개 중 17개를 직구로 꽂을 정도로 배짱 있는 투구가 돋보였다. 양 감독은 “좋은 경기를 해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후, 고우석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2차 2라운드(전체 20순위)로 두산의 부름을 받은 경성대 출신 루키 김명신은 팀 마운드의 든든한 잇몸이다. 개막 후 중간 계투로 5경기에 등판했던 김명신은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자 15일 NC전에서 첫 선발 기회를 잡았다. ‘오른손 유희관’이라는 말처럼 공은 빠르지 않지만 정교한 제구를 앞세운 투구로 5이닝 6피안타 2실점 호투로 선발승을 챙겼다.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합격점을 받은 김명신은 당분간 5선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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