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ㆍ방사선치료로 종양 줄이고
복강경 절제술로 환자 95% 항문 보존
“환자가 스승이자 발전 원동력
외과의사는 24시간 봉사해야”
대장은 섭취한 음식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배설을 담당하고 있다. 인간은 배설하지 못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대장이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장은 크게 결장과 직장으로 구분된다. 암이 결장에 생기면 결장암, 직장에 생기면 직장암이다. 대장암은 결장암과 직장암을 통칭한 말이다.
조현민(51)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장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외과의사다. 특히 직장암 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항문과 연결된 직장에 암이 생기면 항문을 제거해야 하는 등 환자의 고통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결장암은 수술부위가 넓고 단순하지만 직장암은 수술부위가 좁고, 배설은 물론 성기능과 관련된 신경이 많아 수술이 까다롭습니다. 암세포가 항문조임근(항문괄약근)까지 침범하면 항문을 제거해야 합니다. 수술을 해도 재발가능성이 높은 예후가 나쁜 악성 암 질환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4차 대장암 적정성 평가결과(2014년)’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의 89.6%가 50대 이상 중ㆍ노년층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1.5배 많았다. 조 교수는 “직장암 수술을 하면 직장을 제거하기 때문에 제대로 소변 보기 어렵다”며 “남성 환자의 경우 발기가 되지 않는 등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직장암은 참 고약한 암이다. 종양이 항문 가까이에 발생하면 모든 직장과 항문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말이 좋아 인공항문(장루)이지, 항문이 사라진 환자의 삶은 비참하다. 직장암 환자의 고통을 잘 알고 있는 조 교수는 그래서 환자의 항문을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항문보존술로 직장암 수술환자 95% 항문유지
성빈센트병원 대장암센터에서는 직장암 2, 3기로 진단된 환자를 치료할 때 수술 전 항암ㆍ방사선치료를 병행해 종양 크기를 줄인다. 조 교수는 “수술 전 항암과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면 항문보존은 물론 수술부위 주변에 다시 암이 재발하는 ‘국소재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항암과 방사선치료를 통해 종양 크기가 줄면 복강경 직장절제술로 치료를 마무리한다. 대장암센터에서 복강경 직장절제술로 수술 받은 95%의 환자가 항문을 보존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일반적으로 직장암 수술을 할 때 항문조임근이 1㎝는 돼야 항문보존술을 사용하지만 우리 센터에서는 항문조임근이 5㎜ 정도만 돼도 항문을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항문보존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방귀나 대변이 자의로 조절되지 않아 새 나오는 ‘변실금’ 이 되기 쉽다. 이에 대장암센터에서는 항문기능검사,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줄이고 있다. 조 교수는 “항문조임근, 인공항문을 관리하는 담당자를 둬 수술 후 환자의 생활까지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사이에서 성빈센트병원은 ‘대장암 치료 전진 기지’로 통한다. 1994년부터 복강경으로 대장절제술을 실시하는 등 국내 대장암 치료를 선도했기 때문이다.
조 교수가 성빈센트병원에 둥지를 튼 것도 이 때문이다. 조 교수는 “90년대 중반까지 무조건 개복해서 항문을 제거하는 것이 직장암 수술이었다”며 “새로운 술기(術技)를 익혀 직장암을 정복하려고 외과의사가 됐다”고 했다.
최근 다른 병원에서 직장암 4기 진단을 받은 P(58)씨가 조 교수를 찾아왔다. 환자 상태가 심각해 항문을 보존하기 힘들어 보였다. 환자는 “항문을 제거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환자를 겨우 설득해 항암ㆍ방사선치료를 시행했다. 결과를 낙관할 수 없었지만 조 교수는 수술방으로 향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환자는 항문을 제거하지 않고 직장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환자는 조 교수에게 “내 목숨과 항문을 살려준 교수님의 은혜를 죽는 날까지 잊지 않고 살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조 교수는 “수술이 잘 돼 얼굴이 밝아진 환자를 보면 외과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며 “나를 찾아준 환자들이 스승이자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환자 명줄을 쥐고 있는 외과의사는 단 1초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소신이다. 조 교수는 “외과의사는 오직 환자를 위해 24시간 내내 봉사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일복’이 많다. 환자치료는 물론 병원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기획조정실장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출규모로 따지면 성빈센트병원이 전국 20위권 안에 들지만 저평가된 부분이 많다”며 “지속적으로 병원구성원들과 소통해 변화와 발전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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