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내 시 소유 부지 놔두고
100억대 개인 예식장ㆍ땅 매입 추진
예술단체 간부들만 은밀히 논의
市, “국가정원과 연계 고려” 해명
전남 순천시가 100억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으로 특정 개인이 소유한 예식장과 주변 부지를 사들여 이곳에 문화예술센터를 건립하기로 해 논란이다. 특히 부지 매입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시유지가 도심에 산재해 있는데다, 시가 사업 부지를 확정하기도 전에 무리하게 특정인 땅을 사들이려 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17일 순천시에 따르면 시는 건설업자 A씨가 소유한 상사면 오곡리 일대 토지 2만9,574㎡에 창작공간과 전시실, 세미나실 등을 갖춘 문화예술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시는 이에 따라 7일 A씨의 땅을 매입하기 위해 공유재산 취득 계획안을 순천시의회에 제출했다.
현재 A씨 땅에는 사설 수목원과 예식장, 식당 등 건물 5개 동이 들어서 있다. 시는 A씨의 토지와 건물 보상비로 공시지가의 3배인 78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20억원의 리모델링비용을 추가로 들여 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사업비 98억원은 전액 시비로 충당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도 부지 선정을 위한 공청회 등 시민 의견 수렴도 없이 행정절차를 진행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시는 특히 사업 대상지도 애초 토지매입비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시 소유의 조례동 옛 군부대 터, 아랫장 곡물창고 등이 포함된 도심 6곳을 검토했다가 뒤늦게 A씨의 예식장을 끼워 넣어 타당성 용역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인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몇몇 예술단체 간부들과만 은밀히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복투자와 예산낭비 지적도 나온다. 원도심 지역인 향동 ‘문화의 거리’ 일대는 다양한 공방과 작업실, 갤러리, 복합문화공간 70여 곳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작가 창작실과 예술촌, 예술학교, 공연장이 들어서고 있으며 250억원이 투입되는 역사문화 관광자원화 사업에도 전시실, 예술광장 등 시민문화공간이 조성된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한 예술인은 “문화예술인이 모여 있고 작품 활동과 전시공간이 마련된 문화의 거리에 센터를 건립하면 창작과 교류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도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부어 도심에서 10km나 떨어진 외곽의 특정 개인 예식장을 무리하게 사들이려 하는지 의도가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A씨의 사유지는 도심과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당장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땅 매입을 위해 예식장 대표와 한 차례 만나 협의한 적은 있으나 특혜는 결코 없다”며 “순천만국가정원과 낙안읍성 등과 연계성을 고려해 센터 부지를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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