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발맞춰 연일 대북 경고
원유공급 중단 가능성 거론
중국이 연일 북한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관영매체들은 거듭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대북 원유공급이 중단될 수 있음을 피력했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강경한 대북 압박에 의식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듯한 모습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전날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현재 한반도 정세는 고도로 복잡하고 위험하다”면서 “유관 각국은 서로를 자극하고 불 위에 기름을 붓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각국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 위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이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공언해온 미국을 자극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루 대변인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방북설과 관련한 질문에 “북중은 우호적 이웃으로 왕래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특사파견 가능성을 정면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루 대변인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이날 방한 중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데 대해 “중국의 대북 정책은 항상 적절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거듭 경고했다. 추인(儲殷) 중국국제관계학원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전날 미사일 발사를 거론한 뒤 “북한이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이미 강력한 신호를 보낸 미국이 일방적인 군사 타격을 하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아직 일정 수준에 이르지 않아 추가 시험발사 가능성이 크고 인민군 창건 85주년인 25일 핵실험을 단행할 수도 있어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우려했다.
환구시보는 특히 사설에서 “북한이 다행히 태양절(김일성 생일ㆍ15일)에 핵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이튿날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보면 6차 핵실험 가능성은 더 커진 셈”이라며 “북한은 자신들의 강경한 입장을 과시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북한 핵 활동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입장이 거의 비슷해졌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면 원유공급 중단을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통과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지난 12일 이전에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미중 정상회담 나흘 뒤 주중 북한대사관이 개최한 태양절 연회의 주빈 자리를 박명호 공사에게 맡기고 귀국한 지 대사가 대북 강경 입장에 대한 중국 내 분위기를 북한 고위층에게 직접 설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도 미국의 거듭되는 대북 압박이 사실상 자신들을 겨냥한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 “중국이 실제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꾸느냐와는 무관하게 당분간 미국의 대북 압박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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