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를 두고 미국 정부가 미사일 사전 교란에 성공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부터 북한 핵ㆍ미사일 대응 수단으로 시도된 ‘레프트 오브 론치(left of launchㆍ미사일 발사 전 무력화 프로그램)’가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캐슬린 맥팔랜드 미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사전 방해공격을 펼쳤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맥팔랜드 부보좌관은 ‘미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사이버 방해공작을 펼쳤냐’는 질문에 “비밀 정보활동에 대해선 답할 수 없는 것을 알지 않느냐”면서도 “북한뿐 아니라 모든 국가와 완전히 새로운 (사이버전)시대에 돌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사이버 전장에 들어서고 있으며 그곳이야말로 미래 전쟁이 일어날 곳”이라고 주장해 해킹, 통신교란, 전자파 공격 등 발사 전 미사일을 무력화 시키는 방식의 각종 사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맥팔랜드의 인터뷰에서 간접 언급된 레프트 오브 론치는 특히 북한 미사일이 16일 발사 후 4,5초만에 폭발한 것을 두고 사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 국방부가 2013년 3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응해 공개한 이 프로그램은 기존 사용되던 직접 요격 시스템과 달리 미사일 준비 단계에 악성코드, 전자파 공격으로 시스템을 교란해서 발사를 막거나 발사 초기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아직 구체적인 성공 사례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미 뉴욕타임스(NYT)는 같은날 레프트 오브 론치가 시도된 후 최근 3년간 북 미사일 실패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가 확인해주지 않는 한 작동 여부를 명확히 알 순 없지만 여러 정황이 레프트 오브 론치 시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발사 직후 보인 태연한 모습에 이번 발사가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아서라는 분석이 이어졌으나, 그보다는 사이버전으로 사전에 실패를 예측해서였을 수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또한 미 국방부가 컴퓨터 바이러스로 적국의 무기 시스템을 교란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말콤 리프킨드 전 영국 외무장관은 이에 “미국의 사이버 기술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수차례 실패했을 것이라 매우 강력히 믿고 있다"고 영국 BBC에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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