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론관에 복면을 쓴 대선후보가 등장했다. 군소 보수정당 후보로 5ㆍ9 대선에 나선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다. 이 후보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복면을 쓴 채 대선후보간 ‘복면토론’을 제안하는 이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 포부도 밝혔다. 15일 대선후보 등록을 마친 그는 기호 9번을 받았다. 이 후보는 회견에서 “이번 대선은 무능과 부패, 타락으로 점철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시대를 정리하는 의미가 있다”며 “이게 나라냐라는 촛불민심에 ‘이게 나라다’라는 대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안으로는 국가의 틀 바꾸는 개헌을 하고 밖으로는 한반도 평화보장에 힘쓰는 일을 1년 하고 대통령직을 그만 두겠다”며 내각의 연립정부 구성, 중앙과 지방 권력의 분산,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행정구역 개편 등을 약속했다.
이 같은 구상을 제시한 뒤 이 후보는 “대선 후보간 ‘복면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지역과 이념, 정파와 기호, 이름과 정당을 모두 떼어놓고 복면을 쓴 상태에서 누가 누군지 모르게 하고 오직 주장만 내놓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제가 복면을 한 번 써보겠다”며 미리 준비해온 복면을 쓴 뒤 “지금 국민들이 나라를 구할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이념, 정파, 기호, 여론조사 순위 이런 것을 보고 후보를 정하게 생겼다. 얼마나 불행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의 ‘복면 회견’은 언론의 관심을 받으려는 일종의 파격 요법이기도 하다. 그는 복면을 벗은 뒤 “늘푸른한국당이 창당 3개월 밖에 안돼 신문과 방송에서 다뤄주지 않는다”며 군소정당의 후보로서 설움을 토로했다. 이 후보는 “제 주장만 들으면 맞다고 하면서도 당에 의원이 없어 주목을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저 이재오, 한때 정권의 실세이자 2인자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웠다”며 “이재오에게 1년만 나라를 맡겨서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국회 기자실의 언론사 부스를 돌며 인사를 할 때도 “선거 기사를 쓰면서 ‘이 사람이 꼴찌 후보다’라고 한 줄만 써달라”고 농반진반의 당부를 하기도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이 후보는 이명박정권의 ‘개국공신’ 중 하나로 옛 새누리당에서 15대부터 19대까지 내리 5선(서울 은평을)을 했으나 지난 총선에서 낙천해 탈당, 늘푸른한국당을 창당했다.
김지은 기자ㆍ성지원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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