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설 연초부터 나왔지만
지난달 말에야 채무조정 공론화
시장에 혼란…안좋은 선례 남겨
“P플랜 염두 두고 모험” 비판 나와
대우조선해양 채무 조정 해법을 두고 극한 대립각을 세웠던 대주주 산업은행과 최다 채권 보유자인 국민연금이 우여곡절 끝에 타협점을 마련했지만 정부의 이번 구조조정 방식은 여러모로 시장에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한달 안에 모든 채권자의 고통 분담을 이끌어 내야 겨우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는 정부의 고난도 벼락치기 구조조정 해법은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했고 후폭풍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사실 대우조선해양 위기설은 연초부터 끊이지 않았다. 대우조선이 4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지 못해 결국 파산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파다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정부는 “4월 회사채 상환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우조선을 둘러싸고 시장의 의구심이 더 커지자 정부는 대우조선의 4월 회사채 만기 상환일을 한달 앞둔 지난달 23일에야 비로소 채권단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한 추가 지원 방안을 갑자기 내놨다.
이때부터 시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특히 사전에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한 사채권자들의 반발이 컸다. 정부가 제안한 채무재조정에 동참할 경우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데도 당국과 산은은 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를 근거로 “채무재조정에 참여하는 게 그나마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는 식으로 압박하며 신속한 결정만을 재촉했다. 사채권자들 사이에선 “대우조선이 신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면 당장 4월에 부도날 정도로 위기였다면 정부가 그 전에 대책을 마련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결국 사채권자의 대표격인 국민연금과 산은은 막판까지 갈등을 빚다 산은의 최종안이 나오고 나서야 겨우 접점을 모색할 수 있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P플랜을 염두에 둔 채 ‘아니면 말고’식 모험을 감행한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정부가 말로만 시장 구조조정 원칙을 외치면서 실상은 시장 원칙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하고 있다”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벼락치기식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시장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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