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남 신포에서 발사 시도 실패
11일 만에 다시 미사일 도발
최룡해, 열병식 축하연설에서
“美 새 행정부 세계평화 위협”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
저강도 도발 이어갈 듯
북한이 노린 대상은 오로지 미국이었다. 북한은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에 맞춰 대규모 열병식과 함께 전략무기인 신형 탄도미사일을 대거 선보인 데 이어, 16일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방한을 겨냥해 동해상으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전방위로 대북압박을 가해오는 미국에 반발해 연일 노골적인 무력시위에 나서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북한이 오전 6시21분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불상의 미사일 1발을 쐈지만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미사일 발사 직후인 5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중 정상회담 직전인 5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쐈지만 불과 60여㎞를 날아가 실패로 분석됐다. 두 차례 발사 모두 미국이 한반도 현안을 논의하는 주요 정치일정에 초점을 맞췄다. 신포는 북한의 잠수함기지가 있는 곳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성능을 개량하기 위한 시험발사로 추정된다.
특히 펜스 미 부통령이 한국으로 향하는 시점에 맞춰 미사일을 쏜 것은 도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이 탄 ‘에어포스 2’ 전용기가 중간급유를 위해 들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공항을 이륙한지 1시간이 지나 베링해 상공을 날던 시점에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베링해까지는 6,700㎞ 정도 떨어져 있다. 군 관계자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미사일이 제대로 날았다면 미국을 향해 상당한 심리적 타격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18일까지 사흘간 한국에 머물며 한반도 방어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열병식 전후로 여론전에도 적극 나서며 도발위협과 체제 과시를 위한 선전장으로 활용했다. 외신기자 200여명을 초청해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근접 취재와 평양 시민과의 인터뷰를 허용하며, 미국의 압박과 제재에 맞서 북한 체제의 공고함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언론에 공개한 무기도 KN-08의 개량형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부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주를 이뤘다. 핵 실험 등 고강도 도발은 없었지만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하는 무기를 총 동원해 핵 미사일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한성렬 북한외무성 부상은 AP통신과 인터뷰를 자청, “6차 핵실험이 언제든 가능한 상태”라며 “미국이 선택한다면 우리는 선제타격으로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미국이 칼빈슨 항모전단에 이어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추가 투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압박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어, 북한이 지금과 같은 저강도의 보여주기식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 소식통은 “당장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압박에 대들 수는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결코 도발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