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측 스탠딩 토론 비합리 진행 방식에 문제제기
안철수 유승민 측 “두 시간도 못 서 있냐” 체력 비판
문재인 “나이 든 것 비하하나, 서든 앉든 뭐든 환영”
TV토론이 5ㆍ9 대선의 승부처로 떠오른 가운데 스탠딩 토론을 둘러싼 공방이 후보 건강 문제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논란은 19일로 예정된 KBS 토론회를 앞두고 비공개로 진행된 각 후보 진영의 실무진 룰 미팅 과정에서 불거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스탠딩 토론 일부 진행 방식이 비합리적이라고 문제제기하자, 안철수·유승민 후보 측에서 문 후보 측이 스탠딩 토론 자체를 전면 거부했다고 공개하며 협공에 나서면서다.
특히 양측은 문 후보가 스탠딩 토론을 거부하는 것이 체력에 자신 없기 때문이라며 건강 문제를 타깃으로 집중 공세를 폈다. 안 후보 측 선대위 김유정 대변인은 15일 논평을 내고 “문 후보 측이 서서 토론회를 하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게 스탠딩 토론회 참여 거부의 이유”라며 “두 시간도 서 있지 못한다면, 국정운영은 침대에 누워서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71세인 힐러리도 서서 잘 하는데 왜 거부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문 후보 선대위 박광온 공보단장은 “현재 이야기되는 토론 방식은 완전 자유 토론이 아닌 칸막이 토론”이라며 “120분 토론을 한다면 평균적으로 20분씩 발언 기회를 갖고 나머지 100분은 멀뚱히 서 있어야 한다는 건데, 이는 매우 어색하고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이어 문 후보의 건강 문제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문 후보는 히말라야 트래킹을 수 차례 한 분”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서울 홍익대 앞 한 카페에서 엄홍길씨 등 산악인들과 만난 문 후보 역시 “저는 제 나이만큼 오히려 더 경륜이 커졌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그쪽에서는 나이가 든 것을 오히려 비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맞받았다. 문 후보 측은 후보 입석 자리에 발판을 따로 깔거나, 책상 높이를 조절하는 행위에 대해서 원칙대로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안 후보를 겨냥한 조치다.
논란 끝에 KBS는 스탠딩 토론 방식으로 진행하되, 토론 중 후보가 잠시 앉을 수 있도록 연단 뒤에 보조의자를 마련키로 했다. 미국의 스탠딩 토론 방식 또한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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