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비게이션(길도우미) 시스템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이동수단 종류별로 길안내가 제공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승용차나 택시, 버스 등은 물론 자건거와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건 도보로 이동할 때 제공되는 정보다. 평균적인 이동 경로와 시간에 따른 칼로리 소비량 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몇 걸음정도 남았는지까지 알려준다. 이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정확도와 정밀도 측면에서 상당히 앞서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동차와 같이 속도가 빠른 이동수단을 사용할 때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실제 주행 사이의 시차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1년 중 절반 가량을 중국에서 지내는 한 국내 대기업 임원은 “내비게이션 시스템만 놓고 비교하면 중국 기술력이 최소한 5년 이상 앞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정확하고 정밀한 이유는 자체 글로벌위성항법시스템(GNSS)인 베이더우(北斗)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위성 35개를 쏘아올려 전 세계를 내려다보며 24시간 위치추적ㆍ기상관측ㆍ자원탐사 등을 하겠다는 포부다. 2000년부터 시작한 이 계획은 1970년대 후반부터 GPS를 운용해온 미국에 비해 출발은 한참 늦었지만 상대적으로 앞선 장비와 진전된 기술력을 활용함으로써 실제 제공하는 정보 수준엔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근래 들어선 미국과 중국이 GNSS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1950년대 초부터 미사일 정확도 향상을 위해 GPS 시스템을 연구해온 미국은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GPS 정보를 전 세계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도 군사정보 제공과 관련한 필요성 때문에 독자적인 GNSS 구축에 나섰고, 이 중 자금력과 IT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앞선 중국이 미국의 경쟁상대로 등장한 것이다.
중국이 베이더우 시스템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미래 먹거리의 원천으로 보기 때문이다. 위성이 수집한 대량의 정보를 담은 마이크로칩ㆍ모듈ㆍ안테나 등은 전자ㆍ조선ㆍ항공우주 등 기술집약 산업분야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엄청난 소비력에 기반한 빅데이터와 결합해 맞춤형 서비스산업의 발전도 앞당길 수 있다. 중국은 베이더우 위성정보를 2018년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주변국에 이어 2020년엔 전 세계에 제공할 계획이다. 글로벌 정보에 대한 수집ㆍ분석ㆍ활용 능력이 미래국력을 좌우한다고 보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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