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급차 운전자인 박모(36)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50분쯤 환자 후송 요청을 받고 서울 노원구의 한 병원으로 출동하던 중, 앞서 가던 택시와 시비가 붙었다. 공릉동 태릉입구역(지하철6호선) 사거리에서 택시가 갑자기 좌회전을 하자 놀란 박씨가 경적을 울렸는데, 택시운전자 김모(64)씨가 불만의 표시로 상향등을 두 차례 깜빡인 게 발단이었다.
화가 난 박씨는 택시를 옆으로 밀어붙이거나 앞질러 가로막아 진로를 방해하다 공포에 질린 김씨가 다른 길로 가려 하는 걸 보고는 아예 소속 업체에 ‘환자 후송을 못 하겠다’고 통보한 뒤 보복운전에 집중하는 ‘집착’을 보였다. ‘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의무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보복운전은 택시가 차량에 타고 있던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상계동 수락산역(지하철7호선) 인근에 멈춰서기 전까지 10㎞ 가량이나 이어졌다. 택시가 멈추자 박씨는 응급차량에서 내려 택시 차문을 강제로 열고는 폭언을 시작했다. 박씨의 위협적인 언행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노원경찰서는 다른 차량의 진로를 방해하며 보복운전을 한 혐의(특수협박)로 박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박씨는 경찰에서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에 보복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김씨는 “(박씨에게 보복운전을 당했을 당시) 두려운 정도가 아니라, 차량을 그냥 두고 (도망)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호소했다.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 그는 15년 간 다녔던 회사도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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