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는 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로 손꼽히는 애런 헤인즈(36ㆍ오리온)와 리카르도 라틀리프(28ㆍ삼성)의 손에서 승부가 갈렸다. 1, 2차전은 라틀리프가 오리온의 골 밑을 맹폭해 삼성이 웃었고, 3차전에서는 그 동안 부진했던 헤인즈가 살아나며 오리온이 반격의 1승을 거뒀다.
둘은 1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4차전도 승부를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헤인즈와 라틀리프는 각각 한 가지씩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먼저 올해 36세로 적지 않은 나이의 헤인즈는 이번 시리즈 들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1차전 16점, 2차전 13점 등으로 정규리그 평균 23.9점에 비해, 저조한 득점에 그쳐 팀 패배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헤인즈는 15일 열린 3차전에서 26점을 몰아쳐 팀 승리를 이끈 뒤 ‘노쇠화’ 얘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외부에서 그런 말을 하는데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며 “신경 쓰지 않고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1, 2차전에서는 삼성 수비를 깨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3차전은 상대 수비를 이겨내는 좋은 장면이 나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08~09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를 밟은 헤인즈는 9시즌 연속 KBL 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심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경기를 영리하게 풀어가는 ‘타짜’로 통한다.
이에 반해 ‘에너자이저’ 라틀리프는 하루 쉬고 하루 경기를 하는 ‘퐁당퐁당’ 일정을 어느새 2주 이상 소화 중이라 체력이 걱정이다. 정규리그 54경기에 모두 출전한 그는 인천 전자랜드와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치르고, 4강 플레이오프도 매 경기 풀 타임에 가깝게 뛰고 있다. 체력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플레이오프에서 최초로 12경기 연속 더블 더블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라틀리프는 “5차전까지 가더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며 ‘코리아 드림’을 꿈꾸고 있는 라틀리프는 2012~13시즌부터 2014~15시즌까지 울산 모비스의 세 시즌 연속 챔피언 등극을 이끈 ‘우승 청부사’다. 골 밑에서의 존재감뿐만 아니라 공수 전환 시 육상 선수 못지 않은 빠른 스피드로 야생마처럼 뛰어 들어 속공 득점을 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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