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ㆍ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잇달아 아동수당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부모들의 보육 부담을 덜어 저출산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는 법. 이런 정책에 돈은 얼마나 들까. 일각에서 주장하듯, 그러다 ‘복지병’으로 재정 파탄이 났다는 그리스처럼 되는 건 아닐까. 필요한 재정 규모와, 이에 따른 부담 정도를 짚어봤다.
각 후보 공약은
우선 문재인 후보는 현재 지급되는 양육수당(5세 이하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가정에 월 10만~20만원을 주는 제도)과 별도로 ‘아동수당’을 도입해 0세부터 5세 아동을 둔 가정에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또 지급액은 도입 첫해엔 10만원부터 시작해 상황에 따라 대상 아동 연령을 넓히거나, 지급액을 늘리는 식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아동수당을 새롭게 도입해 11세 미만 아동을 키우는 소득 하위 80% 가정에 아동수당을 월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같은 날 발표했다. 문 후보 측은 소득 제한이 없다는 점이, 안 후보 측은 지원 대상 아동의 연령대가 넓다는 점이 각각 특징이다.
예산 얼마나 들까
두 후보의 캠프는 아동수당 도입에 따른 재정 부담을 자체적으로 추산해 발표했다. 문 후보 측은 1년에 2조원(10만원 지급 기준)이 들 것으로, 안 후보 측은 5조1,000억원이 들 것으로 각각 내다봤다. 다만 안 후보 측의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소득세에서 자녀소득 공제 등이 줄어드는데, 이렇게 상쇄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연간 재원은 3조3,0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제도 도입 만으로는 5조1,000억원이 들지만, 아동수당을 받는 사람들은 기존의 공제 혜택을 약 1조8,000억원 정도 덜 받게 되므로 순수한 재정 부담은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두 후보의 캠프가 내놓은 추계 결과는 믿을 만할까.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연령별 장래인구추계 결과를 살펴보자. 통계청은 2018년 0세부터 5세까지 아동 인구가 총 257만6,232명일 것으로 추산한다. 한 가구의 첫째 아이 뿐 아니라 둘째, 셋째 아이 등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연간 120만원(10만원x12개월)을 준다고 가정하면, 내년에만 3조840억원의 재정 부담이 새롭게 발생한다. 이는 문 후보 측이 밝힌 2조원보다 두 배 가까이 큰 금액이다. 다만 문 후보 측이 과소 추계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둘째 아이 이상에 대한 아동수당을 10만원 미만으로 책정했거나 ▦기존 양육수당을 줄이거나 ▦자녀소득공제 등이 줄어들도록 제도를 설계했거나 ▦해마다 아이 수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해 일정 기간의 평균을 냈거나 ▦지방정부 예산을 제외한 중앙정부 예산만 발표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런 방법을 쓰면 연간 투입되는 예산 추정치를 줄일 수 있다.
안 후보 측도 살펴보자. 안 후보가 아동수당을 주겠다는 대상 연령은 0세부터 11세 미만. 2018년 기준으로 0세부터 10세 아동 수는 488만9,400명으로 통계청은 추정한다. 다만 소득 하위 80% 가구에게만 아동 수당을 주겠다고 했으니, 소득 수준과 낳는 아이 수는 별 상관이 없다고 가정하면 약 390만명(488만9,400명x80%)의 부모가 연간 120만원을 받게 된다. 그러면 연간 약 4조6,800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안 후보 측은 당초 연간 예산을 5조1,000억원(소득세 공제 감소 효과 제외시)이라고 발표했으니 과소 추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재정 파탄나나
복지 확대에는 당연히 비용이 수반된다. 관건은 우리 사회가 이 정도 비용을 준비할 심정적, 재정적 여력이 되는지 여부다. 연간 2조원(문 후보의 아동수당)~3조3,000억원(안 후보의 아동수당)의 재정 투입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다른 복지 예산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재정 투입이 많은 대표적인 복지 사업은 기초연금이다.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에게 최대 20만원씩을 매달 지급하는 제도인데, 올해 예산은 8조961억원, 수급자 수는 498만3,000명이다. 아동수당 도입에 드는 비용은 기초연금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1년 전체 예산과 비교하면 어떨까. 2조~3조3,000억원은 올해 중앙정부 예산(400조5,000억원)의 0.5~0.8%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아동수당을 도입하면 국민 한 사람당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까. 아동수당에 드는 재정 지출을 지난해 생산가능 인구(15~64세ㆍ3,762만7,000명)로 나누면 한 사람이 새롭게 져야 하는 부담은 연 평균 5만3,000~8만8,000원 정도라는 결과가 나온다.
다른 나라는?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있다.
다만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은 최근 재정난으로 소득에 따라 아동수당을 차등 지원하는 내용으로 제도를 축소했다고 한다. 영국은 연소득 5만 파운드(약 7,140만원) 이하 가정에 월 15만원씩(둘째부터는 10만원씩 추가) 아동수당을 준다. 프랑스는 0~20세 자녀를 둔 가정의 월소득이 737만원 미만일 경우, 두 자녀 가정에는 매월 16만원을, 세자녀 가정에는 36만원을 지급한다. 일본은 0~15세 자녀를 둔 연소득 1억원 미만 가구(4인 가구 기준)에는 아동 연령별로 매월 11만~16만원을 지급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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