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부모를 둔 일본 여자 초등학생이 살해된 '린 짱(양) 살인사건'으로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다고 자부하던 일본에서 베트남 국적 어린이가 살해당한 데다, 범인으로 피해 아이가 다니던 학교의 학부모회 회장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지바(千葉)현 경찰은 등교 후 행방불명됐다가 지난달 숨진 채 발견된 베트남 출신 린(9) 양의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시부야 야스마사(澁谷恭正) 씨를 체포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물건으로 DNA 검사를 해 시부야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린 양의 부모는 10년 전에 일본에 온 베트남인이다. 린 양은 지난달 24일 아침 학교 종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선 뒤 행방불명됐다.
린 양의 어머니는 "어디에 있니, 가족 모두 기다리고 있어'라는 글을 SNS에 올리며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러나 린 양은 결국 이틀 후 집에서 12㎞ 떨어진 곳의 다리 밑 배수구 주변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고, 목에는 졸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한자에 서투르지만 장래에 여행 가이드를 꿈꾸던 린 양은 이웃들에게 친절하게 말을 거는 밝은 성격이었다. 생전에 밝게 웃는 린 양의 영상과 "죽을 만큼 괴롭다"며 눈물을 흘리는 베트남인 부모의 모습이 방송에 공개되면서 일본 전체에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린 양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사회 전체로 퍼진 가운데, 경찰이 아동 안전을 위해 힘써야 할 학부모회 회장을 범인으로 지목해 체포하면서 슬픔은 충격으로 바뀌었다.
부동산 임대업자로 알려진 용의자는 아이 두 명을 린 양과 같은 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다. 학부모회 회장을 맡고 학생들의 등하교를 돕는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
그는 학교 측이 마련한 장례식에는 "아이가 독감에 걸렸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 후에도 계속 학생들의 등하교 지원 활동을 했으며 지난 11일 학교의 입학식에서는 학부모 대표로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뻔뻔하게도 린 양 부모의 귀국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시부야 씨의 체포 사실에 지역 주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50대 주부는 "웃는 얼굴이 끊이지 않는 온화한 사람이었다. 사건 후 몇 번이나 봤지만, 이전과 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한 40대 주부는 "사건 후 자녀가 있는 시부야 씨도 불안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그가 범행을 저질렀을지는 생각도 못 했다"며 놀라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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