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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에서는 형보다 나은 아우

입력
2017.04.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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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문태종(오른쪽)이 1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동생 문태영을 앞에 두고 외곽슛을 던지고 있다. KBL 제공
오리온 문태종(오른쪽)이 1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동생 문태영을 앞에 두고 외곽슛을 던지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문태종(42)과 서울 삼성 문태영(39) 형제는 한국인 어머니를 둔 귀화 혼혈 선수다. 동생 문태영이 2009~10시즌 먼저 한국 무대를 밟았고, 형 문태종은 2010~11시즌부터 코트를 누볐다.

둘은 단 한번도 같은 팀에서 뛴 적이 없다. 문태영은 창원 LG(2009~12), 울산 모비스(2012~15)를 거쳐 2015~16시즌부터 삼성에서 뛰고 있다. 문태종은 인천 전자랜드(2010~13), LG(2013~15)에 이어 2015~16시즌부터 고양 오리온 유니폼을 입었다.

형제는 나란히 정규리그에서 한 차례씩 우승을 경험했다. 먼저 문태종이 2013~14시즌 LG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었고, 2014~15시즌 곧바로 문태영이 모비스의 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형이 동생에게 명함을 못 내민다. 문태영은 모비스에서 세 개의 우승 반지를 낀 반면 문태종은 2016~17시즌 첫 챔피언 등극의 기쁨을 맛봤다.

플레이오프에서 펼쳐진 형제 대결 역시 문태영이 항상 이겼다. 2012~13시즌 4강에서 처음 만나 문태영의 모비스가 문태종이 버티고 있는 전자랜드에 3연승을 거두고 챔프전에 올랐다. 2013~14시즌에는 문태종이 LG로 팀을 옮겨 문태영의 모비스와 챔프전에서 맞붙었는데 또 한번 4승2패로 동생이 웃었다. 2014~15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난 둘은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문태영이 3승2패로 진땀승을 거뒀다. 매번 맞대결마다 동생이 승리하자 어머니 문성애씨는 첫째 아들을 공개적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2015~16시즌 문태종과 문태영은 각각 오리온, 삼성에 새 둥지를 틀었는데 이 때는 서로 엇갈렸다. 둘 모두 플레이오프를 밟았지만 문태영의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반면 문태종은 오리온에서 마침내 우승 반지를 처음 손에 넣었다. 그리고 올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네 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당초 전망은 정규리그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오리온이 유리할 것으로 봤다. 3위 삼성은 6강에서 인천 전자랜드와 5차전 승부를 펼친 탓에 체력소모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붙어본 결과 삼성이 고양 원정에서 1, 2차전을 쓸어 담고 챔프전 진출까지 1승 만을 남겨놨다. 13일 2차전에서 문태종은 21분17초를 뛰면서 2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에 그쳤지만 문태영은 33분14초간 코트를 누비며 3점슛 4개를 터뜨리는 등 18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팀의 84-77 승리를 이끌었다.

문태영은 2차전을 마친 뒤 “오늘은 내가 형이 된 기분”이라고 웃었다. 플레이오프에서 3번 만나 모두 승리한 것에 대해선 “우연일 뿐이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형을 이길 수 있도록 3차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두 팀의 3차전은 삼성의 안방 잠실로 옮겨 15일 오후 2시30분에 펼쳐진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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