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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기적 쓰고 돌아온 ‘코뿔소’ 윤덕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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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기적 쓰고 돌아온 ‘코뿔소’ 윤덕여

입력
2017.04.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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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무쇠처럼 단단해 보이는 코뿔소는 육식동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론 초식 동물이다. 하지만 거대한 몸집과 돌처럼 단단한 가죽, 날카로운 뿔을 지녀 맹수들도 함부로 못 건드린다.

윤덕여(56)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의 선수 시절 별명이 ‘코뿔소’였다.

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최근 북한 평양에서 막을 내린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해 본선 진출권을 땄다. 여자축구 세계 최강팀으로 꼽히는 북한을, 그것도 ‘북한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김일성경기장에서 따돌렸다.

윤 감독의 외모와 말투는 선수 때부터 운동선수라기보다 선비, 학자풍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를 밟으면 180도 달라졌다.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공격수를 괴롭혔다. 연애하던 시절 지금의 아내가 윤 감독 경기를 보러 왔다가 평소 얌전한 모습과 딴판이라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하다. 남들보다 늦은 중3 때 축구를 시작한 까닭에 새벽, 밤에 개인훈련을 거른 적이 없다. 술, 담배는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

현역 은퇴 후 줄곧 남자 팀만 지도하던 윤 감독은 2012년 말 처음 여자대표팀을 맡았다. 초반에는 선수들과 거리가 있었다. 선수들은 윤 감독이 잠깐 여자 팀에 있다가 남자 팀에 다시 자리가 나면 떠날 거란 의구심을 품었다. 하지만 그는 우직하게 제 갈 길을 갔다. 자신의 큰 딸보다 어린 선수들과 친해지려 최신 유행 영화, 방송을 찾아보고 문자를 보낼 때도 이모티콘을 곁들이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마음의 벽을 허문 윤 감독과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동메달(2014년 인천)과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 사상 최초 월드컵 16강(이상 2015년 캐나다)의 쾌거를 썼다.

윤 감독의 평양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선수 때인 1990년 남북 통일축구 멤버로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경기한 적이 있다. 당시 어마어마한 북측의 응원 열기에 반쯤 혼이 나갔던 기억을 되살려 소음 훈련을 병행하는 등 치밀하게 대회를 준비했다. 또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며 기를 살렸다. ‘평양의 기적’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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